[오피니언] 영화 ‘대니쉬걸’과 LGBT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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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위스콘신대 교수/유아교육학 박사)

한번은 대학 수업 중에 여학생이 자기 소개를 하면서 “나는 LGBTQ입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다들 태연하게 반응하는 듯했다. 2020년 봄학기에 가르친 ‘인간발달과 성장’이라는 수업시간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인간발달의 전반적인 면을 가르쳐왔지만, 아직도 그 단어가 매우 생소한 개념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LGBTQ+는 여성 동성애자(Lesbian), 남성 동성애자(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 성 소수자(Queer), and Plus의 약자이다. 이들은 타고난 육체적 성별과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용납되는 성적 역할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즉, ‘성 정체성(gender identity)’에 관해 갈등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인간은 대체로 타고난 성을 쉽게 받아들인 상태에서 지덕체를 포함한 정체성을 고루고루 확립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자신의 뇌가 태어난 몸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거나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어떨까? 인간의 삶에 있어 아주 근본적인 성 정체성에 혼동이 오기 시작하면, 결국 모든 사회적 가치관 정립에 지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어떤 남자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에게 더 끌리고 사랑을 느낀다. 어떤 여자는 다른 여자와 아주 행복하게 잘 산다. 또는 남자 여자 상관없이 다 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이는 자신의 몸이 불쾌하고 맘에 안 들어 아예 수술로 성을 바꾸어 버린다.

나는 여자지만 남자가 되고 싶거나 남자인데 여자의 몸을 갖고 싶다면 얼마다 ‘마음고생’이 심하겠는가? 그 고통스러운 심정과 상황을 아주 잘 그려낸 영화가 있다. 바로 2015년의 <The Danish Girl>(대니쉬 걸)이다. 이 영화는 Tom Hooper가 감독했고, 실제로 덴마크 화가 부부의 삶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남편으로 나오는 배우 에디 레드메인(Eddie Redmayne)은, 한 남자가 서서히 여자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겪는 경험들과 전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아주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성전환 수술을 하려고 떠날 때,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가 립스틱 묻은 입술로 키스를 하자 살며시 닦아내는 모습은 새롭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은 ‘여성’의 감정을 잘 묘사한다. 게다가 자신을 수술해 줄 의사에게 “당신 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할 때는 정말 보는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는 드디어 여자가 되는 소원을 이루었다! 하지만 위험한 수술들이었고, 마침내 끝까지 지켜봐 준 아내 곁에서     행복하게 눈을 감는다.

우연의 일치인지, 최근에 영화 <대니쉬 걸>과 매우 비슷한 상황의 이야기를 들었다. 동거하는 행복한 커플이 있었다. 그들은 20대이며, 여자는 백인이고 남자는 청소년기에 중국에서 왔다. 그런데 어느 날 남친이 여친에게 “나 여자이고 싶어!”라고 고백했고, 결국 그들은 헤어졌다.

LGBTQ Plus, 실제로 매일매일 영혼까지 그 ‘단어와 함께’ 살지 않는 한 성 소수자들의 근심과 고통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다. 누구나 “나는 남과 다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어려서부터 사회통념에 따라 묻어가려다 결국 자신의 본성을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가?

2019년 여름 시애틀 시내를 걷다가 우연히 LGBTQ+ 축제를 보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무지개 색깔의 옷을 입고 있었고, 거의 나체에 속옷만 입고 형형색색의 장신구들로 아름답게 꾸민 사람들도 꽤 많았다. 그 사람들 사이로 지나가면서 생각했다. “동성애 혐오증(homophobia)은 사회 진보에 철저하게 역행하는 시각이며, 긍정적인 성 정체성의 형성에 방해가 된다. 사람이 타고난 성을 ‘불쾌(dysphoria)’하게 생각하면 정말 불행하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성적 지향에 대해 만족하고, ‘벅찬 행복(euphoria)’을 느낄 권한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