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존재 가치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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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웅(자유기고가/글렌뷰)

 

시간은 흐른다고도 한다. 어제에서 오늘로 넘어 온 것이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라고도 표현을 한다.  이렇듯이 모든게 시간속에서 흐르고 있는데, 특히나 노년의 삶은 늘 정지되어 있는 기분을 갖게 된다. 이런 마음을 갖게 된것은 시공(時空) 속에서 움직임이 정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몸이 아니라 정신 세계에서의 움직임이 늘 그 상태로 있기 때문이다. 굳어진 자아(自我)로 인하여  발전을 멈춘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찾아 오는 착각이 하나 있다. 기차를 타려고 기다리는 역(驛)에서나, 기차를 타고 가는 그 순간의 기다림이 같다는 착각을 한다. 물론 목적지에 도착을 하지 않았으니, 기다림이란 상태로 보면 같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으로 인한 공간의 이동은 계속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늘 같은 생활 패턴 속에 있는 삶이란 정지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어제도 오늘이고 내일도 오늘과 같은 생각 속에서 산다는 말이다.  이런 생각이 잘못 된 것은 아니다. 노인들이 더 깊게 생각을 하게 되면 누구나가 맞이 해야만 하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것이 노년에 나타나는 장애물이 되는 거다.

육상 경기 중엔 100 미터 허들(Hurdles)이라는 장애물 경기가 있다. 여성은 100미터이고, 남자는 110미터를 달리는 경기이다. 장애물은 10개를 넘어야 한다. 성인 경기 기준으로 보면 남성은 장애물 높이가 42인치이며, 여성은 33인치이다. 운동 선수들의 공통점은 자신감과 희망을 갖는다는 거다. 물론 노력과 열정이 밑바닥에 깔려 있지만 말이다. 이것을 노년의 삶에 적용해 보면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인간이 나이들어 감에 따라오는 현상 중에,  어느 나이에 이르기 까지는 건강에 자신감이 있으며, 오래 살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이에 따라서 부차적으로 건강해지려는 노력을 한다. 그런데 어느 고비가 되면 서서히 앞에 나타난 허들 경기에서 보는 것과 같이 장애물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을 한다. 10개의 장애물을 하나도 쓰러뜨리지 않고 결승점에 도달 한 사람도 있다. 몇개 쓰러뜨리고 도착을 해도 이 또한 우수한 선수 대우를 받는다.

모든 운동선수들의 결승점에는 우승이 기다리고 있다.  노년의 결승점은 죽음에 이르는 거다. 거기에 도달하는 그 때 까지는 행복할 권리가 있는게 노년들이다. 그 행복이란 것은 각자가 어떻게 잡느냐에 달려 있다.  나름대로의 다름이 있겠지만, 인생이 시작되는 시기가 노년기로 보는 것이다. 심리적 이거나, 물리적으로 홀로 서기 편한게 노년이다. 요즈음 노인들은 ‘ 쾌적하고 활기찬 노후 ’ 를 기대한다. 기대가 아니라 그렇게 되게 만들어야 한다. 미국에 사는 많은 교포 노인들에게는 공통적으로 통용이 되는 실버 문화가 없다. 굳이 있다고 표현을 한다면 맥 다방에서 시니어 커피 마시는 일 일것이다. 그러고는 한 두시간씩 담소를 나눈다.  비 공식적인 통계이지만 80세가 넘으면 78% 정도가 배우자를 떠나 보낸다. 우리의 문화 속에는 “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 는 사별(死別)을 위로하는 말이 있다.  금슬이 아무리 좋고, 백년을 해로(偕老) 해도 동시에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홀로서기 준비도 해 두어야 한다.

노년의 건강이라는 진정한 의미는 건강한 삶이라고 정의를 해야 될 것 같다. 재차 말을 하지만, 진정한 건강이란 신체적인 것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나,  윤리적으로도 건강해야 한다는 말이다. 육신의 질병은 없어도 정신적으로 고독을 느낀다거나 성격상 비사회적인 사람은 건강한 삶을 산다고는 할 수가 없다.  혼자서 살아도 존재 자체만으로 본인이 행복을 느낄수가 있다면, 이는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선수가 된 것이다. 노년 생활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재산이나 명예가 아니고 사랑하는 인간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 단정지어 본다. 자신의 노화과정을 수용하며 열심히 살아 가는 태도를 갖는 자만이 결승점에서 우승의 기쁨을 맛볼 것 같다. 프랑스 시인 볼테르는 인생은 정원과 같다 했다. 감사와 소망과 사랑의 씨앗을 뿌리면 감사와 소망과 사랑의 꽃들이 피어나게 될 것이다. 금년 봄엔 이런 씨앗을 많이 뿌리는 한 해이기를 기대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