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좌충우돌 채플린 이야기(10)…숨 쉰다고 살아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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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숙 목사(하나님의 성회 시카고교회 부목사)

 

병원에 도착해서 그전 채플린에게 넘겨받은 케이스는 사망 환자인데, 사망 전에 신부님(Priest)이 오셔서 카톨릭 의식(Anointing)을 행했지만, 사망 후에 제공되는 자료나 작성해야 할 서류가 아직 끝마치지 않았다고 한다. 카톨릭 신자가 입원해서 신부님의 방문을 요청하는 경우는 성만찬(Communion), 고해성사(Confession), 축복(Blessing), 혹은 기름부음(Anointing)을 받기 위해서다. 기름부음(Anointing) 혹은 아픈 자를 위한 성사(Sacrament of Sick ; Last Rites)는 임종 직전에 신부님을 통해서 기름부음과 축복을 받아야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중요한 의식이라고 한다. 이곳 굿사마리안 병원에는 신부님(Priest) 채플린이 없어서 근처 지역 성당과 결연을 맺고 도움을 받고 있다. 기름부음(Anointing)을 요청할 때, 다니는 성당의 신부님(Home Priest)이 올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온콜 신부님의 방문을 요청한다.

토요일 오후 5시, 시작부터 응급상황 발생! 응급실에 도착하니, 병실 안에는 열명이 넘는 의사, 간호사, 그리고 스텝들이, 병실 앞에도 다른 부서의 스텝들 5명 정도가 환자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기에 포함되는 사람이 채플린과 청원 경찰(Public Safety)이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각 부서 담당들이 거의 20명 정도가 모여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지켜본다. 기다리며 흘러나오는 대화를 들으니 MVC 상황이란다. “이게 도대체 뭐지?” 궁금했는데 Moving Vehicle Car라고 자동차 사고란다. 곧 환자가 헬리콥터로 이송되어 왔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어떤 상황일까?

환자가 병실에 들어간 후 커텐이 쳐지고 의료진의 검진과 치료를 위한 조치가 취해졌다. 안에서 고통에 신음하는 환자의 절규 소리가 온몸을 전율케 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러면서도 한편 안도감을 느꼈다. 절규의 의미는 환자가 살아서 의식이 있다는 뜻이고, 치료하면 회복될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기대와 추측 때문이리라. 환자의 핸드폰에서 배우자의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했고, 병원으로 달려오는 길이라고 했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한 일은 기다리며 기도하고, 환자의 지갑 속에서 운전면허증을 통해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를 확인해 주었고 가족이 도착하면 그들을 위로해 주는 것이다.

그 사이 이미 사망한 환자 가족의 요청으로 병실을 방문해야 했다. 나는 응급실 안내 데스크에 나의 전화번호와 상황을 알리고 응급실을 떠나 사망한 환자의 병실로 찾아갔다. 87세의 여자 환자가 사망해서 유가족들이 방안에 가득했다.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후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가 장의사로 옮겨지기 위해 ‘시신을 가져가기 위해 작성하는 서류'(Release of body Form)를 작성했고, 이때 채플린은 증인(Witness)으로 서류에 싸인을 했다. 완성된 서류는 환자의 의료기록 차트에 포함시켜 놓는다. 경우에 따라서 환자의 시신이나 장기를 기증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서류를 작성하기 전에 장기기증에 대한 의사가 있는지 물어본다. 바로 시신이 장의사로 옮겨지지 않는 경우는 영안실로 옮겨지는데, 유가족들이 시신을 보기 위해 방문할 경우 채플린과 청원경찰 그리고 경우에 따라 간호사가 함께 영안실까지 동행하여 유가족이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늘은 5시간 동안 두 사람의 죽음과 두 사람의 교통사고 환자를 만났다. 헬리콥터를 타고 옮겨진 67세의 여성 환자는 아들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해 머리를 심하게 부딪혔다고 한다. 돌아올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던 남편이 자녀들에게 전화를 하고 걱정하며 기다리다 병원 응급실의 전화를 받고 놀랍고 두려운 마음으로 자녀들과 함께 병원에 왔다고 한다. 병원에서 가족들에게 전화 할 때 환자의 의료 상태에 대해서는 절대로 말하면 안 된다. 환자가 이곳에 있으니 오면 의사가 설명을 해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유는 병원으로 오는 동안 가족들의 심리 상태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환자를 만날 수 있을 때까지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는데, 옆에서 함께 기다려 주며 간호사와 가족들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오늘을 뒤돌아 보니 “지금 숨을 쉬고 있다고 해서 온전히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살아 있나요? 숨만 쉰다고 살아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