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좌충우돌 채플린 이야기(30)…인간은 왜 고통 받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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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숙 목사/하나님의 성회 시카고교회 부목사

 

오늘 방문한 젊은 남자 환자는 의식이 없었다. 입엔 산소 마스크를, 왼쪽 다리는 깁스(cast)를 하고 있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지만,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어떤 사연으로 이곳까지 흘러왔는지, 병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가 없다. 환자를 위해 채플린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어도 환자는 말할 수가 없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지금의 심정이 어떤지 물어보지만 그는 질문을 들을 수도, 고통을 느낄 수도 없다. 그에게서 대답을 들을 수 있다면 그건 기적이라는 의미이다. 의식 못해도 청각은 살아 있으니 기도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몇 번 방문하면서 핸드폰에 있는 복음송(날 세우시네, You raise me up)을 들려주었다. 한글 번역 가사는 이렇다.

“내 영혼이 힘들고 지칠 때 괴로움이 밀려와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할 때 당신이 내 옆에 와 앉으실 때까지 나는 여기에서 고요히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시기에, 나는 산에 우뚝 서 있을 수 있고,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시기에, 나는 폭풍의 바다도 건널 수 있습니다. 당신이 나를 떠받쳐 줄 때 나는 강인해 집니다. 당신은 나를 일으켜, 나보다 더 큰 내가 되게 합니다.”

오직 그분의 섭리 가운데 의식을 되찾고 찬양처럼 일으켜지길 간청했다. 그러면서 의문이 생긴다. ‘하나님이 선하시고 전능하시다면, 왜? 악은 존재하며 그로 인해 인간은 고통 받아야 하는가?’ 이 질문을 먼저 고민하고 답을 풀어낸 것이 C.S 루이스의 책 [고통의 문제, Problem of Pain]이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인간을 직접 흙으로 빚으시고, 코에 생기를 불어 넣어 생령이 되게 하셨다. 생육하고 번성하고 땅을 다스리는 축복과 사명을 주셨다. 그럼에도 인간에게 행복은 짧고 고통은 영원한 것처럼 보인다. ‘고통이란 무엇인가?’,‘어디서 왔는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인간에게 고통을 주신 하나님의 의도는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C.S 루이스는 우리는 하나님의 선하심(Goodness)과 전능하심(omnipotent)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하나님이 선하다면 자신이 만든 피조물들에게 완벽한 행복을 주고 싶어 할 것이며, 하나님이 전능하다면 그 소원대로 하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피조물들은 행복하지 않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선하지 않거나 능력이 없는 존재, 또는 선하지도 않고 능력도 없는 존재일 것이다’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에서 오는 하나님에 대한 오해는 ‘어떤 고통이 일어났을 때, 혹은 악이 발생 했을 때 그 모든 것을 하나님의 탓으로 돌리는 식의 오해를 불러오고 이런 반응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하나님,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락하실 수가 있어요?”, “하나님, 도대체 왜 하필 저한테 이런 고통을 주세요?”, “하나님, 도대체 전능하시다는 분이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없애주지 않으시죠?”

이는 하나님께서 ‘전능하시다’라는 의미 속에 하나님께서 고통이나 악마저도 ‘만드신 분’으로 이해하고, 인간에게 고통을 주시고 고통 받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선하신 분이 아니라 끔찍하고 무서운 독재자인 것이다. 따라서 C.S 루이스가 말하려는 핵심은 ‘악의 출처는 하나님으로부터 올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약한 인간이 고통 가운데 하나님께 울부짖을 수는 있지만, 하나님 탓이라 하기엔 출처가 잘못됐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고통은 어디서 왔고, 왜 인간들은 고통 속에 있는가? 답은 사랑이신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자유의지를 인간이 악용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의 자유의지가 아닌, 하나님 ‘밖’에서의 자유를 갈망한 것이 인간의 ‘고통의 문제’의 시작점이다. 인간은 자꾸만 선택이라는 고통 속에 놓여지게 된다. 그 고통이 “연단과 훈련”과정을 거쳐 태초의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돕는 해결책이라 한다. 아~~, 어떻게 “연단과 훈련”을 잘 통과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