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좌충우돌 채플린 이야기(36)…어떤 기억을 되살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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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숙 목사/하나님의 성회 시카고교회 부목사

 

미국 의료 시스템의 고가 진료비와 병원의 특성상 환자가 병원에 머무는 기간은 길지 않다. 특별한 만성질환이나 수술이 아니고는. 그런데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입원한 환자들은 행동(정신) 건강 병동(Behavior health Unit)에서 머무는데, 일반 입실 환자보단  치료의 효과가 빠르지 않아 오래 머문다. 이 병동의 출입은 철처히 통제되고, 면회 시간은 제한되고, 병실을 24시간 카메라로 지켜본다. 왜냐하면 그들의 증상이 심각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해할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인턴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20대 중반의 남자를 방문했다. 미리 병력을 살펴보니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우울증(depression)은 기분장애의 일종으로 우울한 기분, 의욕·관심·정신 활동의 저하, 초조(번민), 식욕 저하, 불면증, 지속적인 슬픔·불안 등을 특징으로 한다.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에 변화가 생겨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나는 병이며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앓고 있는 질환이다. 일시적으로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우울감’이라고 하는데, 원인은 대인관계, 스트레스, 경제적 문제 등이 있다. 일부가 ‘마음의 감기’라 부르는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삶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다. 당사자의 의지의 문제로 보거나 종교적 믿음 부족이라고 오해되지만,  ‘주요우울장애’는 장애인 등록이 되는 정신장애이다.

병동을 방문하여 간호사에게 방문할 환자의 이름을 말하자 병실을 안내해 주었다. 병실에 들어가 한참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간에 간호사가 들어와 별일 없는지 확인을 하고 나갔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이 병동에서 환자를 만날 경우는 병실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안전상의 문제 때문이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꼭 그 꼴이다. 다음 기회에 이 병동을 방문했을 때 만난 환자는 60대 미혼 남자였다. 우울증 때문에 입원한지 오래 되었다. 여기 대부분의 환자들은 빨리 퇴원을 하고 싶어 하지만, 보호자나 의사의 동의 없이는 퇴원이 힘들다. 그는 80이 넘은 노모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으로 가득 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성만찬을 자주 요청한다. 카톨릭 신자는 자원봉사 신부님께서 성만찬 집례해 주신다. 그러나 개신교 신자는 채플린이 성만찬을 베풀 수 있다. 이 환자는 거의 매일 성만찬을 받기를 원해서 한번은 다른 채플린이 성만찬을 집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채플린에게 성만찬을 베풀 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적어달라고 해서 암기한 후 한번은 직접 성만찬을 베풀기도 했다. 그 환자에게 있어 성만찬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교단이나 교회의 특성에 따라 성만찬을 매월 하거나, 특별한 절기(부활,성탄)에만 하는 교회가 있다. 성찬 또는 성만찬(The Holy Communion), “주님의 만찬”은 기독교의 성례전(Sacrament)중 하나이다. 최후의 만찬 때 그리스도가 자신의 죽음을 기념하여 빵과 포도주를 나누라고 하셨다는 복음서 말씀을 따르는 기독교의 가장 핵심적인 예배형식으로 교파별, 교단별 신학적 입장은 다양하다. 가톨릭과 정교회는 성찬예배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명령한 바 대로 행하는 기념(Annamnesis)임과 동시에 하나님께 대한 제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가르친다. ‘동방 교회’에서는 성찬예배(Divine Liturgy)라는 표현을 쓴다. 가톨릭과 정교회가 7성사를 중시하는 반면, 개신교는 성경에 언급된 것만 성례가 될 수 있다는 논지에 따라 세례와 성만찬만을 인정하고 있다. 성공회는 영국 국교회(성공회의 전신) 《39개 신조》를 통해 공식적으로는 화체설(transubstantiation)을 부정하고, 성사적 임재설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존 웨슬리는 성찬에 담긴 기념의 의미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은총과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성찬을 통해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은총을 이야기했다. 예수님은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신 뜻은 “다시 생각하라” “기억을 되살려라” 즉, 특별히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으심을 깊이 생각하고 그 사실을 다시한번 가슴에 되새기라는 뜻이다. 성만찬을 받으며 나는 어떤 주님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