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인 2세인 내가 클린턴을 지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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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은 ‘Korean Americans for Hillary’ 메사추세츠 캠브리지지역 리더

 

한국계 미국인들은 법조계, 학계, 연예계 등 각종 분야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정치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심지어 투표 및 정치적 과정에서도 존재감이 미약하다. 왜일까?

나의 부모님은 1980년대에 서울에서 로스앤젤레스(LA)로 이민오셨다. 나는 LA에서 태어나고 자라 공립학교인 클리블랜드 마그넷 고등학교를 다녔다. 커뮤니티 봉사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던 선생님들 덕택에 나는 고등학교 4년 동안 매주 응급실에서 봉사를 했다. 이후 감사하게도 하버드에 진학하게 되어, 프리메드 과정을 공부하고 졸업 후 의학 대학원에 진학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 모든 건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또한 의사라는 직업은 많은 부모들이 원하는 직업이었기에 나는 우리 부모님 역시 내 결정을 반겨주실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예상은 빗나갔다.

아버지는 나에게 정치학을 공부해서 조금 더 큰 수준에서 다른 사람들을 도울 방법을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내 직관과는 너무 어긋났다. 왜냐하면 정치나 공공정책은 ‘진정한’ 미국 시민들이나 하는, 나로선 전혀 예상치 못한 전공이자 직업분야였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왜 나에게 의학을 ‘하지말라’고 하셨을까? 한인 가정이면 보통 그 반대의 경우가 아니던가? 당시 나는 확신은 없었지만 아버지의 뜻대로 어쨌든 정치학을 공부했고, 나는 현재 그 선택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

정치학 공부는 나랑 잘 맞아, 결국 공공정책 석사까지 수료하게 됐다. 정치와 공공정책을 공부하면서 어떻게 커뮤니티와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들을 배웠다. 투표가 정치참여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학문을 통해 배웠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 지도 볼 수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2008년 대선 당시 수많은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긴 시간 줄을 서는 모습을 보았다.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던 그선거는 나 또한 진정한 미국 시민이라는 느낌을 준 첫 선거였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한인 2세로서의 자부심과 미국 시민으로서의 애국심을 동시에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2008년과 2012년, 전국민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근본적으로 바꿀 후보에 투표한다는 생각에 고취돼 있었다. 나는 현재 힐러리 클린턴이 그때와 같은 감정과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는 11월 8일, 나는 그를 위해 한표를 행사할 것이며,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러길 바란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클린턴은 국무장관, 상원의원, 영부인, 법학 교수 등 풍부한 경험을 가진 준비된 후보다. 국무장관으로서의 첫번째 해외 순방지가 바로 한국이었으며, 이후에도 임기동안 한국을 5번이나 방문했다. 그의 정책은 한미 동맹과 한인사회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한국을 “굳건한 동맹이며, 친구, 동반자”라고 칭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안보와 주권은 미국의 엄연한 책임이자 굳건한 맹세”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 기자 유나 리와 아시안계 로라 링의 석방을 위해 노력한 힐러리의 공로 또한 생각해봐야한다.

힐러리는 미국내 한인들이 미국의 경제, 사회, 문화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있다는 것을 안다. 대통령으로서 클린턴은 스몰 비즈니스를 위해 투쟁할 것이며, 사회보장과 메디케어의 강화 및 개혁, 또한 이민정책을 개혁하여 이민자들의 가정을 보호하고, 여성의 권리와 기회신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마 많은 한인들이 내가 그랬듯 정치 및 정치적 논쟁은 내가 아닌 ‘다른’ 미국인들의 것이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투표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만이 미국이 제공하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길이라고 믿는다. 미국은 우리가 새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우리나라’다. 꼭 투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