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중국 답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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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헌

림관헌(칼럼니스트/시카고)

 

1980년대부터 “능력 것 일하고 필요한 만큼 쓴”다는 세계 공산화 사상에 기초한 계급독재체제가 70여 년 간의 실험에 실패해, 아담스미스의 시장주의가 다시 한 번 유일하게 가장 믿을 만한 보편적 경제원칙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소련이 해체된 후, 다시 태어난 러시아연방, 동구권과 아시아 소련위성국의 독립과 시장주의-자유경제체제채택, 중국공산당이 내세운 중화전통주의인 <소강사회>건설을 위해 채택한 시장주의는 공산주의로 인한 빈곤을 추방하고, 경제활동에 개인의 자유가 대폭 허용되는 보편적 자유주의국가 중국을 인구와 대 국토에 걸 맞는 명실상부한 대제국 건설의 길로 급속하게 접어들게 하였다. 등소평은 20년 안에 국민소득을 $600.00로 올리게 되면 국민들의 기본생활이 충족되어 공자가 말 했던 소강사회를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으며 그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았고, 지금 중국은 국민들이 의, 식, 주, 교육, 의료 등 기본생활이 안정에 접어들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공자가 숭앙한 이상사회인 3대(요, 순, 우)와 같은 천하위공<天下爲公>의 정부가 탄생하기란 중국의 하나라 이후 천하위가<天下爲家>하는 역대 군주국에서는 다시 태어나기 어려운 제도이며, 근대적인 민주국가라 하더라도 아담스미스도 금기로 했던 이기적 집단(노동, 자본, 권력)의 전단(專斷)이 기승을 부리는 한, 천하위공의 대동사회는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동과 소강은 공자가 편집한 예기와 서경에서 소개한 대도(大道)에 합당한 이상(理想)사회와 태평성대에 대한 표현으로 나라와 백성이 어려워지고 삶이 버거워지는 난세(亂世)에 대비되는 용어이다. 가로대, “대도가 행해질 때에는 <천하가 공공(公共)을 위해 있었음으로 현명한 지도자를 뽑아 능히 천하가 공평무사하여 숨기고 도둑질하고 분란을 일으키지 아니하였다. 자기 어버이만을 어버이로 여기지 않았으며, 그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았고, 늙은이는 잘 지나게 하며, 장성하면 취업하고, 어린이는 잘 자라고, 과부, 고아, 독거노인, 장애인은 부양을 해주고, 남자는 직분이 있고 여자는 돌아가 의지할 곳이 있고 재물이 땅에 버려지는 것을 싫어하나 자기만을 위하여 쌓아두지 않으며, 힘이 자기한테 나오지 않는 것을 싫어하나 그것을 자기만을 위하지 아니하였다, 고로 모사(謀事), 절도(竊盜), 난적(亂賊)이 나지 않아 문이 있어도 잠그지 않으니 이를 대동(Great Prosperity)>이라 한다.”라 하였다. 여기서 들은 대동사회의 모습은 오늘날 동서양의 모든 국가, 그것이 공산주의 사회이던지, 사회주의이던지, 자유시장주의 이던지 아니면 그 어느 것의 복합이던지, 그 정부형태에 관계없이 나라마다 실현하고자하는 <가장 아름다운 인간사회의 모습-Shining City Upon a Hill>이라고 할 수 있으며 2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들이 찾는 이상사회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공자가 그리던 대동의 시대는 이미 중원에서는 요, 순, 우 3왕(三代)로 끝이 나고, 우 이후의 하나라, 상나라, 주(周)나라로 이어지는 동안 자기어버이만 어버이로 알고, 자기집단이익만을 추구하는 <천하위가(天下爲家)>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천하위공=홍익인간의 이상사회는 한낱 꿈으로 살아진 것으로 치부했다. 개인과 개인, 이익집단과 집단, 이념적 당파와 당이 서로 경쟁과 폭력으로 대치해 온 천하에서, 각기 다른 방법으로 대동의 이상을 각종 복지정책으로 실현하려는 노력이 보이지만, 그러나 지도자로 그 나라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 뽑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자기이익을 챙기려는 얕고 서툰 행동으로 표를 모아주는 미국이나 한국국민들이 보여주는 현실 정치를 보면서, 중국 지도자들이 2025년을 대동사회의 원년으로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은 참으로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국학원장고봉회의가 열린 <니산서원성경(聖境)>의 웅장한 공자 상을 바라보면서 아마도 시진핑지도부의 대동사회건설의 꿈도 등소평의 소강사회건설의 꿈처럼 현실화될 것도 기대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정말 중국공산당이라는 이념적 조직이 중국이라는 하나의 천하를 이끌어갈 가장 총명하고 위대한 지도자를 그 이념적 조직을 떠나 전 중국국민을 위하여 선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