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칼럼 14] 예술수업을 위한 학교의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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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노스파크 대학 생물학 교수)
장재혁 (무디신학대 작곡과 교수)

 

매년 1월 셋째 주 월요일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날’. 이때가 되면 미국 전역에서 퍼레이드나 콘서트 등 다채로운 기념 행사가 열리는데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서는 댄스 콘서트가 열린다. 공부벌레들이 무슨 ‘가무’를 하겠나? 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최신 유행 힙합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는 아이는 수업시간에 항상 진지한 표정으로 임하던 에나벨이었고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해 진지한 분위기라면 질색을 할 것 같은 니콜라스가 우아하게 고전 발레를 선보이는 것이 아닌가?

 

필립스 엑시터에서는 서슴없이 자신이 원하는 활동에 뛰어들 수 있도록 예술 수업과 클럽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학생들 역시 그 분위기의 이점을 살리고 있다.

 

음악과에는 세 개의 오케스트라, 세 개의 합창단, 관악밴드, 재즈밴드, 타악기 앙상블, 아프리칸 드럼 앙상블, 실내악 연주 팀들이 있다. 작곡, 성악, 피아노, 트럼펫, 기타, 백파이프, 하프, 오르간 등 30개가 넘는 악기 레슨이 개설되어 있으며 음악이론, 음악사 등의 이론 수업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커리큘럼 아래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앙상블, 실내악, 레슨 그리고 클래스 수업으로 나뉜 음악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학생들은 정규 수업 외에 아카펠라 그룹, 그룹사운드, 작곡 클럽 등에서 활동할 수 있는데 그 그룹은 손에 다 꼽지도 못할 만큼 수도 많고 다양하다.

 

학교에서는 단 한 명 학생의 예술 수업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중국에서 온 엔젤라는 ‘구쟁’이라는 중국 가야금을 수준급으로 연주했는데 입학 후 구쟁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 필립스 엑시터는 학생 한 명을 위해 보스턴에서 구쟁 연주자를 강사 선생님으로 초빙했다.

 

피아노 수준이 아주 뛰어났던 스티븐은 자신이 연습하고 있는 피아노 콘체르토를 분석하고 싶다는 계획서를 제출해 왔다. 장 선생은 그것을 받아들여 개별수업 (directed study)의 일환으로 한 학기 동안 일대일로 지도해 주었다. 피아노 연습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화성 분석, 구조, 역사적 맥락 등을 함께 공부함으로써 그 곡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가능했고 곡을 더 잘 표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바이얼린 연주가 탁월했던 한국 학생 상은이는 타운에 있는 어린학생들에게 악기를 무료로 배워주는 음악봉사 클럽을 만들고 싶다고 학교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학교에서는 음악을 통한 봉사의 의도를 높이 샀고 렛슨에 필요한 악기 구입 등 필요한 예산을 마련해 주었다. 바이얼린 렛슨으로 시작한 이 클럽은 피아노, 첼로, 플륫 등 여러 악기 렛슨으로 확대되었고 매학기 말에 렛슨을 받은 아이들에게 음악회를 가지도록 학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장 선생이 지휘했던 심포니아 오케스트라는 매해마다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회 관람을 갔다. 원래 있었던 행사는 아니었고 학생들의 음악적 견문을 넓혀주기 위해 장 선생이 추진한 것이었다.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탈 버스대여, 저녁 도시락, 음악회 티켓 등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한 행사였지만 그 행사의 추진은 매우 간단한 절차를 통해서 가능했다. 쉽게 표현하면 ‘애들을 음악회에 데리고 가고 싶은데 이러한 것들이 필요합니다.’ 라고 요청하면 ‘좋은 계획이군요 그렇게 하세요’ 이다.

 

해다마 여러 주가 연합하여 개최하는 올스테이트 뮤직 페스티벌에는 각 악기별로 뛰어난 학생들을 오디션하여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실내연주단, 솔로 연주 등을 만들어 공연을 한다. 학생들은 이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서 몇 달 혹은 1년 넘게 목표를 세우고 연습을 한다. 오디션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선별되기가 어렵다. 학교에서는 개별 렛슨 선생님을 통해서 관심있는 학생들이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행사에 참석하는 학생들에게는 차량 뿐아니라 인솔 교사를 동행시키고 학교일정도 유동적으로 적용해 뮤직 페스티벌에서 맘껏 기량을 발휘하고 각주 여러 학교에서 선발된 학생들과 음악적 교류를 나눌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렇듯 필립스 엑시터는 학생의 소질과 개성을 키우는 것에 적극 후원하고 있고 학생들 역시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활동을 위해 주저없이 열정을 불사른다.

 

마틴 루터 킹 데이에 학생들이 열심을 다해서 춤을 출 수 있었던 것도 저녁시간이면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합주 소리로 그리고 악기 연습으로 음악관이 흥겨웠던 것, 전교에서 단 한사람을 위해 악기 렛슨 선생님을 초빙하는 것은 학생들의 재능과 열정이 학교의 지원을 만날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인성교육은 각 사람의 고유한 것을 키우는 교육도 포함한다. 예술을 통해서 학생들이 자신의 개성과 열정을 자신있게 키워가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것은 인성 형성에 필요한 또다른 부분이다.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 (다산북스)의 내용이 참조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