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칼럼 27] 봉사활동 1

1150

CHOI-JANG-400x230

최유진 (노스파크 대학 생물학 교수)
장재혁 (무디신학대 작곡과 교수)

 

인성에 대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인성이란 뭘까’ ‘인성이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계속 생각한다. 인성이 좋은 사람의 특징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특성이 ‘배려심’, ‘이타적인 사람’이다.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 베풀 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은 원래 이기적인 부분이 있다. 어린 자녀가 다른 아이의 과자나 장난감을 낚아채서 상대방 부모에게 미안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 자녀가 특별히 못된 아이여서가 아니라 원래 어린 아이들은 자기의 필요에 충실한 것이다. 그래서 서로 나누도록 가르쳐야 하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사회 생활을 제대로 하려면 우리는 그 유아적인 이기심에서 벗어나, 내 행동이 주위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할 줄 알아야 하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배려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제대로 사람답게 성장하려면 우리는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봉사활동에 대해 부모님들이나 학생들에게 얘기를 하면 대부분 ‘미국에서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생각을 한다. 사실 나도 학생시절에 봉사활동을 그런 의미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유년기를 보낸 나는 ‘사회 봉사  community service’ 라는 개념이 낯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학생 누구나 당연히 해야 했던 교실 청소 학교 청소가 봉사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물론 그런 청소는 당연히 해야 하는 ‘시민의 의무 civic duty’ 차원으로 가르쳐 졌고 받아들여 졌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와 타인의 일을 대신해서 하는 봉사의 의미는 다르고 그런 부분에 있어 미국인들의 civic duty 는 한국인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본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중학생이 되면서 미국 생활을 시작한 내게 community service 는 낯선 개념이었다. ‘좋은 대학 가려면 community service 해야 한다’는 친구들의 얘기에  Key Club 이라는 봉사활동 클럽에 가입하기는 했지만 홈레스 키친 (“soup kitchen” 이라고 함) 에서 봉사하는데 이름을 올렸다가는 생소하고 두려워서 취소하기를 몇 번 반복한 뒤 결국은 클럽 활동을 그만 두었던 기억이 있다.

 

세월이 좀 흐른 뒤, 하버드에서 대학원 시절, 나는 여러가지 다른 봉사활동을 하는 대학원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버드에서 사용한 과학기기들을 재활용하여 시설이 열악한 제3세계의 연구실에 보내는 클럽도 있었고 지역 사회에 과학을 쉽게 설명하여 누구나 과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클럽도 있었다. 박사과정 학생들의 이런 봉사활동에 특별히 주목할 만한 이유는, 이들이 더 이상 이 봉사활동 ‘실적’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중에는 박사과정 후에 NGO 단체에 취직하거나 정부 기관에 취직하여 이런 봉사활동에 관련된 일을 계속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  ‘좋은 대학 가려면 community service 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이득을 생각하지 않고 순수한 뜻에서 하는 봉사이다.

 

세월이 좀 더 흐른 뒤, 필립스 엑시터에서 나는 미국의 엘리트들이 얼마나 어릴 때부터 사회 봉사에 대해 배우고 실천하고 있는지를 경험하게 되었다. 필립스 엑시터에서는 봉사활동을  ‘좋은 대학 가려면 community service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give back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관심사와 자라온 배경과 성격을 가진 다양한 학생들이 누구나 한 가지 정도는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봉사활동의 기회가 있다. 내가 낯선 사람들을 접하는 것이 두려워서 홈레스 키친에 못 갔지만 만일 필립스 엑시터 학생이었다면 홈레스를 직접 대하며 봉사하는 일 말고 그들에게 줄 재활용 옷을 모은다던지 공부할 자료가 모자른 아이들에게 줄 학습지를 만든다던지 당시의 소극적이던 내 성향에 맞는 활동을 해 볼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나 자신, 내 가족, 내게 직접 연관된 사람들의 이익만 생각하지 않고 세상에 대해 널리 생각할 줄 아는 글로벌 이타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봉사활동을 접하고 연습하고 실천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본인이 그렇게 성장하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그 가치를 깨달았다면 노력할 수 있고, 이제 자녀들은 그렇게 교육할 수 있다. 사실 여기에서 우리가 정말 자녀를 이타적인 사람으로 교육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미국에서 엘리트들과 경쟁하고 생활하면서 좋은 대학 보내려면 community service 해야 한다고 더욱 다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부모 형제에게는 잘 베풀지만 밖에 나가서는 야무지게 자기것 우리것만 잘 챙길 줄 하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