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칼럼 6] 지식없는 선함은 약하고 선함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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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노스파크 대학 생물학 교수

장재혁 무디신학대 작곡과 교수

 

교육가인 존 필립스가 1780년대에 쓴 글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지식이 없는 선함은 약하고, 선함이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이 두 가지가 합쳐서 고귀한 인품을 이룰 때 인류에 도움이 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지식과 선함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자녀들, 학생들의 인성교육은 가정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선함’은 개인적 영역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공공의 영역에서 학습되어야 하고 실천 되어야 한다.

 

도덕성과 인성이 결여된 사회에서 지식과 지위가 있는 사람들의 횡포가 얼마나 무서운가? 세계 곳곳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신념으로 공무원이 되었지만 그 지위를 이용해 불법을 행하고 부를 축척하는 관료들의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사람을 살리는 소명보다는 환자의 건강을 담보 삼아 환자를 돈벌이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일부 몰지각한 의료인들의 소식도 접할 수 있다. 선함이 결여된 지식인들에게서 보여지는 부정적인 결과들이다.

 

이처럼 선한 신념이 중요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갖추기에 게을리 해서도 안 된다.

나의 해부학 생리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간호사, 의사, 물리치료사 등 의학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다. 학생들에게 “왜 간호사가 되고 싶니?” “어떤 계기로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니?” 라고 물어보면 열명 중 여덟은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착한’ 학생들이다. 모두 종교가 있는 학생들은 아니지만 내가 속한 North Park University 가 기독교 학교라서 이런 착한 동기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는 것 같다. (물론 소수이기는 하지만 안정된 직장을 원한다, 의사가 되어 편하게 살고 싶다는 대답들이 나오기는 한다.)

 

요즘 이 학생들이 다소 어려운 단원을 배우고 있다. 수업 태도에서 이것을 느낄 수 있다. 산만함이 느껴진다. 며칠 전 수업시간 첫머리에 이 선한 학생들에게 한 마디를 해 줬다. “여러분이 의료분야에서 사람들을 돕고 싶어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매우 소중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그런 선한 신념만 가지고 있고 여러분이 다루어야 할 분야에 대해서 올바른 지식을 배우고 능력을 익히는 데 게을리 한다면 여러분은 의료분야에서 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일하지 말아야 합니다. 행여나 여러분이 올바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리고 필요한 능력을 숙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여러분이 가진 뜨거운 선한 신념으로 의료행위에 임하게 된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을 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지식이 없는 선함도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얘기한 것이다. 갑자기 분위기가 엄숙해졌고 여러 곳에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보였다.

 

마음은 앞서는데 바른 의료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사람을 해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에 뉴스에 나온 사건이 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식염수를 주입해야 하는 데 물을 주입하는 바람에 혈액 세포가 파괴 되어서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다. 학생들이 혈액의 농축 정도, 고장성/저장성 등에 대해 배우면서 지루해하기 쉬운데 이때 내가 들려주는 얘기이다. 지금 바르게 이해하고 공부해 놓아야 급박한 순간에 저런 단순한 의료 과정에 어이없는 실수를 하지 않는 거라고.

 

지식과 선함이 함께 해야 하는 것은 가정에서 또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그 신념과 배움을 통해서 사회로, 다양한 공동체로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는 가정과 학교에서 선함과 지식을 함께 가르치고 있는가?

 

한국에서는 얼마 전 수능이 끝났다. 고생한 우리 학생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이라도 전하고 싶다. 대학에서 또 사회에서 선함과 지식을 모두 겸비한 사람으로 역할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 (다산북스)의 내용이 참조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