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칼럼10] 하크네스 테이블 – 4 하크네스의 밑받침은 관계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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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노스파크 대학 생물학 교수)
장재혁 (무디신학대 작곡과 교수)

필립스 엑시터 스타일의 하크네스 토론 수업은 전편에서 말했듯이 학생 주도적인 수업이자 창의적인 수업, 즉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가 하크네스 수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이 교육법이 깊이있는 공부, 창의적인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하크네스 수업이 인성 형성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하크네스에 이루어지는 인성적인 부분과 함께 교사의 역할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수업을 통해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 하크네스 수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필립스 엑시터와 같은 기숙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함께 하는 부분들이 많다. 수업 시간에 함께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숙사 건물에서 함께 살고 학교 다이닝 홀에서 함께 먹고  생활의 많은 부분을 함께 한다. 물론 이것 이상으로 교사 개인개인의 사랑과 노력 또한 필요하다.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재직 시절, 하루는 다이닝 홀 식탁에 둘러 않은 선생님들 사이에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수업에 동참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 선생님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신입생들 중에는 선생님은 학생을 평가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래서 하크네스 수업을 할 때도 만약 자신이 말한 대답이 정답이 아니면 선생님이 자신의 학업 수준이 낮다고 평가를 할까봐 눈치를 보는 경우가 있죠. 이런 학생들은 자유롭게 토론에 동참하지 못해요.”

옆에 있던 선생님도 비슷한 얘기를 꺼냈다. “성공적인 하크네스 수업을 위해 우리 교사들은 먼저 학생들의 마음에 다가가야 합니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고 간 이 자리는 선배 교사들의 존경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 학생들을 대하는 내 마음가짐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열린 하크네스 수업이 되기 위해서 교사와 학생간의 좋은 관계형성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깊이 다가왔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가 펼쳐 질 수 있도록 인성적인 교육 환경이 구축 되어야 한다. “인성 교육” (학생들의 인성을 교육하는 것)과 “인성적 또는 인격적 교육환경”은 서로 나누어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학생들은 배움에 있어서 틀리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해 intellectual risks 에 대해 당당함이 있어야 한다.  틀린 답을 하거나 다른 급우들의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더라도 선생님과 급우들이 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다. 이런 마음가짐이 생각도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반짝이는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게 하는 지적인 영역 이전에 급우간에 또 선생님과의 신뢰가 우선이다.

 

교실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신뢰, 토론수업에서 확인 할 수 있는 협력의 모습이 바로 하크네스 테이블 교육법의 기본이다. 물론 필립스 엑시터 학생들이라고 다 이렇게 서로 협력하는 하크네스 토론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신입생들 중에는 ‘토론’을 정답 발표하는 시간, 잘난척 하는 시간, 또는 말싸움 하는 시간으로 오해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런 ‘싸움닭’같은 학생들을 ‘하크네스 워리어 (Harkness warrior)’ 라고 부른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런 하크네스 워리어들은 매일 이루어지는 하크네스 테이블을 통해 이런 자세를 버리고 잘 성장하게 된다. 선생님과의 인간적인 관계 형성, 협력적인 급우들과의 토론 경험, 급우를 넘어서 친구가 되는 관계 형성의 기회가 주어질 때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