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총격참사에 ‘임계점 이른 증오’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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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총격사건이 발생한 킹 수퍼스 마트 앞에 마련된 임시 추모 공간에 조화와 함께 ‘볼더는 강하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로이터>

미국 사회, 인종·종교 등 갈등·분열 고조로 점점 더 위험

대규모 총기참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미국 사회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총기규제가 느슨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인종, 종교, 정치를 둘러싼 갈등이 증오로 치달은 정황이 체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콜로라도주 볼더의 ‘킹 수퍼스’ 마트에서 22일 발행한 총기난사 사건에서는 경찰관 1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숨졌다. 경찰은 체포한 용의자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 중인데 현지언론은 용의자가 인종주의에 불만이 컸다고 보도하고 있다. 총격범 아흐마드 알리사(21)는 시리아 출신의 이민자이자 무슬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23일 알리사가 과거 소셜미디어(SNS)에서 이슬람 혐오에 대한 두려움을 주장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2019년 7월 페이스북에 “만약 인종차별적인 이슬람 혐오자들이 내 전화기를 해킹하는 것을 멈추고 내가 평범한 삶을 살게 해준다면”이라고 썼다.

앞서 2019년 3월 뉴질랜드 백인 우월주의자가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을 저질렀을 때 그는 “무슬림은 총격범 한 명에 따른 희생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이슬람 혐오 산업 전체가 낳은 희생자들이었다”는 내용의 글도 공유했다. 알리사의 가족은 범행 동기로 정신질환을 주장하지만 그 이면에는 백인의 인종차별이나 이슬람 혐오가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있다.

미국 사회의 주류인 백인과 소수 무슬림의 갈등은 해묵은 난제다. 2001년 국제 테러집단 알카이다가 저지른 9·11 테러는 미국에서 이슬람에 대한 공포를 확산한 결정적 사건이었다. 근래에는 트럼프 정부가 특정 이슬람 국가 출신자들의 미국 입국을 엄격히 제한하는 정책을 펴는 등 이슬람에 극도로 배타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독교 극단주의도 큰 골칫거리로 지적되고 있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대형참사를 막기 위해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급진주의를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고 23일 지적했다. 특히 포린폴리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백인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 지지하는 정책을 고수해 상황을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콜로라도 참사에 엿새 앞서 벌어진 애틀랜타 총격 사건은 인종 갈등과 무관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스파 및 마사지샵 3곳에서는 20대 백인이 총기를 난사하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한인 4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 숨졌고 희생자 중 6명은 아시아계로 드러났다. 현지 경찰은 총격범 로버트 에런 롱(21)을 체포한 뒤 아직 증오 범죄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미전역에서는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와 인종차별을 멈추라”고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애틀랜타와 콜로라도 총격범은 모두 21세 젊은 남성이지만 한 명은 미국 사회의 주류인 백인이고 다른 한 명은 이슬람 지역 출신의 이민자라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문제는 애틀랜타, 콜로라도에서 벌어진 참사가 앞으로 또다시 벌어질 위험성이다. 미국내 상존하는 인종·종교 갈등이 과격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국가정보국(DNI), 연방수사국(FBI) 등 정보당국은 지난 17일 인종적 이유로 촉발된 극단주의자와 무장조직에 속한 과격주의자가 미국내 테러 위협 중 가장 치명적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내 인종 갈등은 최근 더 많은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전미 증오·극단주의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내 16개 주요 도시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 범죄가 14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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