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 선지자 요나의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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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목사(시카고언약장로교회 담임)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인간들, 특히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기본상식과 합리성을 궤변 속에 매장하고 뻔뻔스럽게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을 보면 적지 않게 열불이 난다고들 한다. 그런데 본래 죄인인 인간이 그렇더라… 선지자 요나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나서에 기록된 니느웨 선교여행이 그의 활동 전부는 아니다. 성경 독자들은 열왕기하 14:23-27에서 그가 자국내에서 했던 예언 활동을 잘 모르고 있다. 요나가 활동했던 시절의 북이스라엘 왕 여로보암은 한 마디로 말해서 많이 못된 왕이었다. 그의 41년 통치(782-743 BC)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 한 마디가 없다. 하지만 요나는 엉뚱하게 이스라엘의 지경 확장을 예언했고 그 예언은 그대로 성취되었다(왕하 14:25). 천하에 악한 왕 치하에서(14:24)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은혜를 베푸신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유는 명료하다 못해 아주 간단하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고난을 불쌍히 여겨서 그렇게 하셨다. 왕의 잘못이 심각하지만, 노예나 자유인이나 가진 자나 빈궁한 자 모두 그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 받을 길이 없게 된 이스라엘 백성이 너무 가련해서 하나님께서 그들을 긍휼히 여기시고 오히려 지경을 넓혀 주셨다고 한다(14:26). 그때 요나는 그 하나님 은혜의 대언자 역할을 기꺼이 수행했다(14:25).

짐작건대, 여로보암의 죄악으로 하나님께서 분노하시자 요나가 백성들의 불쌍함을 상기시키며 하나님께서 긍휼을 베풀어 주실 것을 간구했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하나님의 은혜’를 적극 환영했을 것이다. 요나가 이런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를 경험했기에 주전 722년 북이스라엘을 집어 삼킬 적국 앗수르의 수도 니느웨로 파송 받았을 때 순종하지 않고 도망했던 이유를 나중에 밝혔다. “내가 고국에 있을 때에 이러하겠다고 말씀하지 아니하였나이까. 그러므로 내가 빨리 다시스로 도망하였사오니 주께서는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인애가 크시사 뜻을 돌이켜 재앙을 내리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이신 줄을 내가 알았음이니이다”(욘 4:2). 하나님께서 니느웨에 은혜를 베풀어 경고했던 바와 달리 심판을 거두었을 때 그 은혜에 화가 나서 한 말이다.

요나는 하나님께서 자기 조국 이스라엘에 합리성을 배반하는 터무니없는 은혜를 베푸실 때 대언했던 경험을 통해 그 성품을 알고 있었다. 그런 은혜의 성품이 망하기를 바라는 니느웨에도 적용되면? 역시 은혜를 베푸실 터이니 그것이 싫어 도망을 간 것이다. 은혜가 자기네에게 임할 때는 괜찮고 남에게 임할 때는 그렇게 펄펄 뛰면서 공의를 찾는가? 정말이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니 요나는 ‘웃픈’ 선지자다. 이것이 인간이다. 이것이 요즘 미국과 한국 할 것 없이 얼굴에 철판을 깐 정치꾼들의 ‘내로남불’이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 하나님은 변함없이 신실하신 은혜의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