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 예수님은 평신도였다 그리고 지금 평신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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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목사(시카고언약장로교회 담임)

‘평신도’(平信徒)란 개념은 역사적 와전(訛傳)의 부산물이지 원래 신약성서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현대 교회의 관점에서 평신도를 ‘성직 수임을 받지 않은 일반 신자’로 정의할 경우, 신약성서에서 이런 개념을 찾아볼 수 없다는 뜻이다. 평신도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 lay(laity)는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되지 못한 문외한(門外漢)을 가리키는 말이다. 신약성서는 신앙인을 전문가와 문외한으로 구별한 경우가 없다.

영어 단어 lay는 그리스어 ‘라오스’(λαὸς)에서 유래했고 이 말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가리키며 ‘백성’이라는 뜻으로 가장 자주 쓰였다. 물론 신약성서에서 ‘라오스’를 말할 때 오늘날과 같이 성직자의 대조 개념으로 비전문가 문외한 신자의 함의(含意)를 전혀 담고 있지 않았다. 모든 신자 전체를 가리키는 ‘라오스’는 오히려 영광의 호칭이었다.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λαὸς)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게 하려 하심이라. 너희가 전에는 백성(λαὸς)이 아니더니 이제는 하나님의 백성(λαὸς)이요…”(벧전 2:9-10). 그러니까 여기서 ‘라오스’는 ‘선민’이며 왕족 제사장이고 하나님께서 측근으로 삼는 아주 특별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결코 오늘날 의미의 ‘평신도’가 아니었다.

현존하는 ‘평신도’ 개념이 등장한 것은 신약시대가 지나고 나서 교부시대에서였다. 그리스어 ‘라오스’를 번역한 라틴어의 ‘라이쿠스’(laicus)라는 단어가 교직의 위계 내에서 직책을 갖지 않은 일반 세례교인들을 가리키는데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의 평신도 개념이 도입되었다. 그래서 카톨릭 교회에서는 성직자들을 구약에서 가져온 용어로서 ‘사제’(priest)라 부르게 되었고 루터는 종교개혁시 원칙적으로 이와 같은 구분을 타파하면서 신약성서의 정신으로 돌아가 ‘만인사제설’을 외쳤던 것이다. 신자는 모두 제사장이며 그렇게 사역자이어야만 한다는 뜻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평신도’란 말은 모두 다 사역자이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소임을 다하지 못하게 만들고 성직자의 ‘고객’으로 전락시키는 좋지 않은 용어다. 그래서 나는 교회에서 가능한 이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교회에 ‘평신도’는 없다! 그리스도인은 모두 다 예외없이 사역자이기 때문이다.

신약성서 시대의 초대교회에서 ‘평신도’라는 개념을 찾아볼 수 없지만 예수님 당시 유대 사회에서는 분명히 성직자와 일반인의 구분이 있었다. 레위 지파의 아론 계열로 이어지는 세습직인 ‘제사장’이 성직이라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당시 제사장 계급이 아닌 일반인들은 오늘날 교회의 차원에서 보자면 ‘평신도’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유다 지파의 예수님을 비롯하여 그의 제자들은 모두 평신도였다. 1세기 유대 문화를 배경으로 하여 보자면 오늘날의 그리스도교를 이룬 초대교회 신앙은 이른바 평신도 운동이었던 셈이다. 당시 기준으로 예수님은 평신도였고 그의 복음을 전 유럽에 전한 바울 또한 베냐민 지파 출신의 평신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