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18] 사실 성경에는 ‘감사절’이란 절기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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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목사(시카고언약장로교회 담임)

혹자는 추수감사절이 성경에서 유래한 것으로 짐작한다. 그러나 대부분 미국인들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Thanksgiving Day는 미국에서 시작한 미국의 국가공휴일이며 미국의 명절인데 미국인들의 세계선교 사역을 통해 세워진 세계의 다른 여러 지역교회들이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된 신앙의 전통이다. 한국 기독교는 한 동안 추수감사절을 미국과 같은 때에 함께 지키다가 소위 토착화(土着化)의 일환으로 추석 때 또는 자신들이 정한 적절한 추수기에 기념하기도 한다.

현재 개정개역성경 전체를 검색해 보면 단어 ‘감사’가 들어가는 경우가 총 188회 될 만큼 ‘감사’는 중요한 신앙 개념이며 정신이다. 하지만 개역개정성경 어디에도 ‘감사절’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오늘날의 감사절을 적용할 수 있는 절기들의 존재는 추적된다. 당시 유대인들이 성전에 올라가도록 규정되어 있는 3대 절기 중 두 개가 성격상 ‘감사의 절기’이기 때문이다. 성경은 그 둘을 한데 묶어 준수할 것을 명령한다. “맥추절을 지키라. 이는 네가 수고하여 밭에 뿌린 것의 첫 열매를 거둠이니라. 수장절을 지키라. 이는 네가 수고하여 이룬 것을 연말에 밭에서부터 거두어 저장함이니라”(출 23:16).

맥추절(麥秋節)은 유월절 후 7주를 지난 50일째 되는 때 지키는 절기이기 때문에 7 주가 지났다는 의미의 칠칠절(七七節), 그리고 50일째를 가리킨다는 뜻에서 오순절(五旬節)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때는 요즘 서양력으로 6월 초 즈음에 첫 밀 수확을 하나님께 드리는 추수 축제의 함의를 지녔다. 후대 유대교에서는 시내산에서 이뤄진 율법 수여를 기념하는 날로 지켜졌고 기독교에서는 이 오순절에 성령께서 예루살렘 120 성도에게 강림하여 충만하게 하셨기 때문에 성령강림절이 되었다.

수장절(麥秋節, Feast of Ingathering)은 일년의 모든 곡물과 과일의 추수를 마치고 곡식을 저장하는 절기라는 뜻이다. 이때 지나간 광야 생활을 기억하면서 한 주간 초막에 거주하기 때문에 초막절(草幕節, Feast of Tabernacle)이라 불리기도 했다. 현대 서양력으로 9월과 10월 즈음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의 풍성한 가을 추수 축제였다. 이 초막절 마지막 날 예수님은 “누구든지 목 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고 외치며 믿는 사람들에게 주어질 성령 충만을 약속하셨다(요 7:37).

이렇게 추수의 기쁨을 나누며 하나님께 예물을 드리며 즐거워하는 맥추절과 수장절은 함의로 볼 때 ‘감사’의 의미를 지녔지만 굳이 ‘감사절’로 명명하거나 ‘감사’의 의미가 특별히 강화되지 않았다.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추수 때이기 때문에 현대인들이 이때를 설명할 때 으레 감사의 절기라고 당연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유대의 추수 절기가 풍요와 넉넉함에서 비롯된 즐거움이었다면, 반면 미국의 감사절은, 신대륙에 건너와 질병과 추위를 거치면서 절반이 사망한 후 맞은, 사실은 빈약했을 첫 수확의 때에, 다시 덮칠 혹한의 겨울 문턱에서 오히려 감사를 선택하여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이웃들과 그 감사를 나누는 믿음과 사랑의 결연한 고백의 행위였다. 감사하기 힘든 상황이기에 오히려 감사하기를 선택했기에 그 이름이 ‘감사절’(Thanksgiving Day)이다. 성경의 맥추절과 수장절은 풍요의 축제였고 미국의 감사절은 빈곤 중에서 선택한 감사의 축제였다는 의미에서 같아 보이지만 다르다. 그래서 미국의 감사절은 올해의 팬데믹 상황에서 그 의미가 더욱 빛나야 하는 절기이다. 이와 같은 때에… 우리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경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