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는 성공하면 한국인, 실패하면 현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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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재외동포재단 주최로 '재외동포 이해 제고와 학교교육 연계를 위한 전문가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주진오 관장, 동포재단 워크샵서 국민 이중잣대 꼬집어

“민족 공통성 유지 위해 언어·역사·문화 교육 강화해야”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진입해 단일민족 신화를 더는 유지하기 힘든 만큼 한국어·한국사·한국문화 교육을 강화해 언어와 민족의식의 공통성 유지에 힘써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주진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장은 재외동포재단이 3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동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개최한 ‘재외동포 이해 제고와 학교교육 연계를 위한 전문가 워크샵’에서 기조 강연자로 나서 이 같이 주장했다. 주 관장은 “민족을 구성하는 4가지 요소는 혈연·언어·민족의식·지역인데 재외동포는 지역의 공통성이 없고 동포 2세·3세로 내려가 언어의 공통성도 희미해지고 있다”면서 교육을 실시해 공통성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9세기 후반부터 본격화한 재외동포의 이주사와 중국·러시아·미국 등지에서 펼쳐진 독립운동을 소개한 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윤동주·안창호·홍범도·임천택 등 망명 독립운동가들이 재외동포였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 관장은 재외동포를 보는 국민의 이중적인 인식도 꼬집었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를 구분해 차별하는가 하면 민족과 국민을 구분하지 않은 채 ‘성공하면 대한민국 국민’이고 ‘실패하면 현지인’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그는 “초기 이민자들이 모국에서 갖고 갔던 물건들은 귀중한 사료인데 이분들이 세상을 떠나면 버려지고 만다”면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재외동포재단과 협력해 재외동포 역사 발굴과 자료 수집에 나서고 한국사에 특화된 재외 한국학교 교사 초청연수 프로그램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정문성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한국사회과교육학회장)는 재외동포재단과 함께 개발 중인 고교 교과서 가칭 ‘세계 속의 한인’ 진행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정부 부처·유관기관 담당자와 집필자 등이 모인 가운데 교과서 개발을 위한 회의를 연 데 이어 12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담당자, 집필위원 등이 집필 계획 수립을 위한 연수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교과서 단원은 ▲재외동포 개념과 현황 ▲지역별 재외동포 생활 ▲재외동포 단체·기구 ▲세계의 코리아타운 ▲분야별 재외동포를 찾아서 ▲재외동포와 글로벌 경제 ▲차세대 재외동포 등으로 구성됐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김택수 인천발산초 교사는 “현행 초등교육 과정 안에서 재외동포 이해교육을 하려면 각 교과서에서 관련 영역을 찾아내 교육안을 재구성하고 관련 콘텐츠와 수업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재외동포 이해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이 보편타당한 것임을 국민에게 인정받고 이를 확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직무연수·자율연수 실시 ▲강사 인력풀 조직 ▲교사 연구모임 지원 등을 제안했다. 강용철 경희여중 교사는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재외동포가 등장해야 재외동포 인식이 제고될 수 있다”면서 “재외동포의 전형을 보여주는 롤모델, 감동적인 수필, 영화 ‘헤로니모’ 같은 영상, 뉴스, 데이터 등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를 제작한 전후석 감독은 자신의 정체성 변천 과정을 ▲한국인 ▲재미 한인 ▲코리안 디아스포라 ▲ 세계시민 4단계로 구분한 뒤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한반도 통일과 평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나아가 국내 이주민·다문화 문제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디아스포라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곳곳에서 흩어져 살아야 했던 유대인을 지칭했지만 이후 의미가 확장돼 본토를 불가피하게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민족집단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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