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지병으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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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연합뉴스]

23일 자택서, 향년 90세 다발성 골수종 혈액암
“전방고지 백골로···” 유언

한국의 11대와 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이하 한국시간) 별세했다. 향년 90세.

지병을 앓아온 전씨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유족 측이 발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45분께 자택에서 화장실에 갔다가 쓰러져 오전 8시55분께 경찰과 소방에 신고됐으며 경찰은 오전 9시12분께 사망 사실을 확인하고 고인을 연대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했다. 당시 자택엔 부인 이순자 여사뿐이어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6일 12·12 군사 쿠데타 동지 관계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별세한 데 이어 한 달도 되지 않아 전두환 전 대통령도 세상을 떠났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병으로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등을 앓아왔다. 다발성 골수종은 골수 내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분화·증식해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적극적인 입원 치료를 권하는 의료진의 요구를 거부하고 집에서 약물치료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언은 자신의 회고록에 담긴 ‘북녘땅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그냥 백골로 남아 있고 싶다’는 내용으로 전해졌다.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설명하면서 “전방고지라는 게 장지인데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장지가 결정될 때까지는 일단은 화장한 후에 연희동에 그냥 모시다가 결정되면 그리로 하실 것”이라고 부연했다.

1931년 1월23일 경남 합천군에서 태어난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55년 육사 11기로 졸업한 뒤 군내 사조직 ‘하나회’를 만들고 무인‘으로서 출세 가도를 달렸다. 12·12 사태‘를 일으켜 실권을 잡은 뒤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11대 대통령이 된 전 전 대통령은 1981년 7년 단임 대통령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헌법을 통과시킨 후 간접선거를 통해 대통령 자리에 오르며 제5공화국 시대를 열었다.

대통령직 퇴임 이후 7년 뒤인 1995년에 구속 기소돼 1심에서 내란죄 및 반란죄 수괴 혐의로 사형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1997년 12월 22일 사면·복권됐다.

한편 33년전 전인 88년 11월2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은 연희동 자택에서 재임기간 중의 실책과 잘못 및 비리에 대해 사죄하고 부인 이순자 여사와 백담사로 향했는데 공교롭게 백담사에 갔던 같은 날짜에 세상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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