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흑인사살 동영상 은폐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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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뷴 유명 칼럼니스트 의혹 제기

 

시카고 정치권이 시카고시 경찰청 소속 백인 경관이 흑인 10대 용의자를 16발의 총격으로 사살한 사건 현장 동영상의 은폐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카고 트리뷴지의 유명 컬럼니스트 존 카스는 26일자 “동영상 공개지연이 람 임마뉴엘 시장의 재선을 가능하게 했다”라는 제목의 컬럼에서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임마뉴엘 시장이 권력을 이용해 이번 사건의 책임을 피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스는 “이 동영상이 지난 4월 실시된 시카고 시장 선거에 앞서 공개됐더라면, 임마뉴엘은 결코 재선에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흑인 정치인들의 지원과 흑인 표 없이 당선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백인 경관 제이슨 반 다이크(37)가 흑인 절도 용의자 라쿠안 맥도널드(당시 17세)를 2발의 총격으로 쓰러뜨리고 이어 14발의 총탄 세례를 퍼부은 사실을 상기하면서 만일 유권자들이 선거기간에 이 동영상을 봤다면, 임마뉴엘이 아무리 최고 권력자 오바마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인물이라 하더라도 재선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카스는 “임마뉴엘은 동영상을 묻어버렸고, 흑인 정치인들과 종교지도자들은 임마뉴엘 재선을 돕느라 바빴다”면서 지난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을 등에 업고 시카고시 최초의 유대계 시장이 된 임마뉴엘이 4년 임기동안 독단적인 시정 운영과 가진 자들만의 정치로 흑인사회의 원망을 들으면서도 재선에 성공한 비화를 소개했다. 임마뉴엘 시장은 재선 직후 시의회에서 맥도널드 가족에게 500만달러의 보상금 지급하는 방안을 승인받았다.

카스는 “시카고지역 정치인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이 동영상은 선거 판세를 완전히 바꿔놓았을 것이고 관련 정치인들은 설 자리를 잃었을 것”이라며 “시가 얼마나 부패했는지를 유권자들이 앞서 확인했더라면 변화를 위해 투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임마뉴엘 시장은 시민들이 이 동영상을 보지 않기 원했던 것이고, 법원 명령으로 영상이 공개될 때까지 숨겨두었던 것”이라며 “이제 임마뉴엘과 임마뉴엘 재선을 도운 정치인들은 책임 회피를 위해 모든 비난의 화살을 검찰에 돌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쿡카운티검찰은 사건 발생 13개월 만인 지난 24일, 법원이 명령한 동영상 공개 시한을 하루 앞두고 반 다이크 경관을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임마뉴엘 시장은 아니타 알바레즈 쿡카운티 검사장이 희생양이 돼주기를 바라고 있으나,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기 때문에 동지 데이빗 액설로드의 도움을 빌렸다고 그는 주장했다. 임마뉴엘의 오랜 친구이자 오바마 대통령의 수석 정치 전략가로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낸 액설로드는 지난 24일 트위터에 “청소년에게 16차례나 총을 쏜 경찰관을 기소하는데 어떻게 1년 이상이 걸렸나. 법원 명령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에서나마 이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트윗을 날렸다.

카스는 “액설로드의 트윗은 시카고 정치인들이 어떤 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해왔는지를 보여준다”면서 “동영상은 권력을 좇는 임마뉴엘 시장에게 위협이 됐고, 화를 면하고 싶은 정치인들이 알바레즈를 총알받이로 앞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알바레즈 검사장은 기자들에게 ‘별도 수사를 진행해온 연방 사법당국과의 공동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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