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길버트 그레이프 (What’s Eating Gilbert Grape?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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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영화관이 오픈되었지만 기다리던 영화들은 아직이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여전히 나의 영화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는 훌륭한 창구이다. 다양한 쟝르와 과거 명작들이 속속 올라와서 찾아서 보는 즐거움이 크다. 전에 보았던 영화도 나이에 따라 감동과 느낌이 다르고 새롭게 다가온다.

아이오아주 시골 ‘엔도라’. 주민은 겨우 천여명.  ‘길버트 그레이프’는 동네 작은 식품점에서 일하면서 가장 노릇을 한다. 아버지는 17년전에 목을 매어 자살하고 엄마는 충격으로 거실 소파에서 하루종일 텔레비전을 보며 먹기만 해서 지금은 끔찍한 비만으로 거동이 불가능하다.  누나 ‘에이미’와 지적 장애를 가진 남동생 ‘어니’, 16살 막내 ‘엘렌’을 책임지며 가난하고 고달픈 환경에서 그저 생존해 나간다. 나무나 물탱크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는 어니는 잠깐 한눈을 팔면 말썽을 일으키지만 순수하고 착한 영혼. 길버트는 동생을 정성껏 보살피고 어니는 형을 따른다.  길버트는 희망이 없는 일상의 도피처로 유부녀 ‘베티’와 불륜 관계를 가진다. 마을 근처에서 해마다 열리는 축제때는 전국에서 캠핑카를 타고 관강객들이 몰려온다. 어니와 길버트는  길가에 앉아 새로운 차량 행렬을 구경한다. 어느 날 길버트 또래의 ‘베키’와 그녀의 할머니가 탄 트레일러가 고장이 나서 마을에 머물게 된다.  길버트는 어니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성품의 베키에게 점점 끌리게 된다. 어니를 욕조에 홀로 남겨두고 베키와 데이트하느라  다음날 아침에 돌아 온 길버트는 차가워진 물에서 떨고있는 동생을 발견한다.  식구들의 질책과 어니에게 생긴  물공포증으로 길버트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어니가  말썽을 부리거나 위험한 짓을 할 때마다 진정시켜주고 다독여주는 베키는 두 형제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어니가 마을 물탱크에 올라가서 체포된 날, 엄마는 십여년만에 처음으로 집 밖으로 나와 경찰서에 출두한다. 엄마의 거대한 몸집에 마을 사람들이 비웃는다. 어니의 18살 생일, 길버트와 엄마, 식구들은 서로 사과하고 용서하고사랑을 확인한다. 엄마는 그날 밤 숨을 거둔다.

엄마의 마지막 자긍심을 지켜주기 위해 자식들은 가재도구를 빼고 엄마의 시신과 함께 집을 불태운다. 일년 후, 에이미는 베이커리 메니저에 채용되고 엘렌은 새학교로 전학을 간다. 길버트는 어니와 함께 다시 돌아 온 베키와 할머니를 맞이한다.

‘쟈니 뎁’의 길버트가 말로 형용할 수 없이 아프고 슬프고 아름답다. 굴곡많은 배우의 리즈 시절이 눈부시고 찬란하다. 단연코 그의 대표작중 하나이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어니는 영화의 기둥이다. 불과 열아홉에 어니를 연기한 디카프리오는 가히 천재적이다. 이 배우가 이렇게 뛰어났구나 새삼 놀라게된다. 스토리와 촬영이 나무랄 데 없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훌륭하다. 넷플릭스에서 상영중인 보석같은 명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