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나홀로 우주에 (Gravity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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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몇 달째다. 같이 사는 식구 외에 타주의 가족조차 볼 수 없는 요즈음, 원래 혼자일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용기와 감동을 주는 영화를 보고 힘을 내자.

끝 간 데 없는 신비한 우주. 지구로부터 600km떨어진 우주 공간. 화면 가득히 커다란 지구의 모습이 천천히 들어온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아름답고 황홀하다. 광활한 우주의 정적속에서 세명의 우주인이 허블 천체망원경의 수리를 하고 있다. 팀의 리더인 ‘맷 코왈스키’ 는 베테랑 우주인, 이번 임무를 마치고 은퇴한다. 메디컬 엔지니어 ‘라이언 스톤’은 그녀 생애 첫 번째 우주 여행에서 몹시 불안해한다. 맷은 여유있게 우주 공간을 유영하며 휴스턴의 본부와 수다를 떨고 긴장한 라이언에게 농담도 한다. 그때 본부에서 긴급한 경고 메세지가 전달된다. 근처의 러시아 인공위성이 파괴되면서 부서진 잔해들이 맹렬한 속도로 허블쪽으로 날아오고 있다. 작업을 중단하고 타고 온 탐사선 ‘엑스플로러’로 돌아가려는데  수많은 금속의 파편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허블이 부서지고 동료가 죽고 본부와의 통신도 끊긴다. 맷과 라이언은 살아남지만 라이언 혼자 우주 속으로 떨어져 나간다. 공포로 어쩔 줄 모르며 떠도는 라이언에게 기적처럼 맷이 나타나고 둘은 서로의 우주복을 끈으로 연결한다. 간신히 엑스플로러에 돌아가지만 탐사선은 파괴됬고 나머지 동료들도 죽었다. 맷은 가까운 궤도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가기로 한다. 가는 동안 라이언은 4살 짜리 딸이 죽고 고통속에 살아 온 자신의 얘기를 들려준다. ISS에 도착하니 그곳 승무원은 벌써 탈출했다. 돌아갈 길이 막막하다. 맷은 남아있는 고장난 ‘소유즈’호를 타고 중국 기지로 가서 보조 우주선을 얻을 계획을 세운다. 움직이는 도중 라이언의 발이 낙하산 줄에 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엉킨 채 우주로 떨어져 나갈 위기에 처한다. 맷은 라이언과 연결한 줄을 풀고 스스로 우주에 버려진다. 그는 멀어져 가면서도 교신을 통해 라이언에게 마지막까지 상세한 지시와 격려를 보낸다. 라이언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우주선 안으로 들어간다. 고장난 우주선과 씨름하던 중 연료가 없는 것을 알고 삶을 포기하기로 한다. 감압 장치를 작동시키고 정신을 잃어가는 데 환각 속에 맷이 나타나 소유즈의 착륙 로켓에 대해서 알려준다. 라이언은 정신을 차리고 맷이 일러준 대로 우주선을 작동시켜 중국 기지에 도착한다.

라이언이 보조 우주선으로 옮겨 타자 궤도를 돌던 파편들이 쏟아지고 기지가 파괴된다. 라이언을 태운 소우주선은 지구를 향해 떨어지다가 바다에 불시착한다.

경이롭고 아름답고 고독하고 환상적이다. 또 깊이있고 사색적이다.

종합 예술로서의 영화가 다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보여준다. 눈앞에 펼쳐지는 광활한 우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푸른 바다와 녹색의 숲이 그대로 보이는 지구, 수많은 별들이 흩뿌려진 공간에서 둥실둥실 떠다니는 우주인, 파괴의 신처럼 휩쓸고 지나가는 금속 파편들. 헬멧에 서리는 라이언의 불안한 입김. 특수효과와 입체적인 촬영, 소름끼치는 음향, 마음을 흔드는 웅장한 음악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라이언을 맡은 ‘샌드라 블록’의 강인한 연기가 훌륭하다. 어떤 위기에도 침착하고 유머스러운 ‘조지 클루니’의 맷은 희망과 용기를 준다. 2014년 아카데미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등 7개부문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