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노예 12 년 ( 12 Years a Slave 2013 )

1810

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사망케 한 백인 경찰의 공권력 남용으로 미국 전체가 분노와 폭력으로 들끓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불안과 실업으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 이중으로 위기가 겹친 셈이다. 흑인 대통령까지 배출한 미국이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짐승 취급을 받고 물건처럼 사고 팔렸던 그들의 고단한 역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노예해방이 이루어지기 전인 1841년 뉴욕주의 ‘사라토가’. 바이얼리니스트 흑인 ‘솔로몬 노섭’은 자유인으로 아내와 두 자녀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잠시 집을 떠나는 날 솔로몬은 타주에서 온 두명의 백인 남자로부터 워싱턴에서 바이얼린 연주를 해주면 후한 사례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기대에 들떠 워싱턴에 간 솔로몬은 약을 탄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는다. 손과 발이 쇠사슬에 묶인 채 솔로몬은 다른 노예들과 함께 배에 태워져서 남부의 노예 상인에게 넘겨진다. 솔로몬은 ‘플랫’이라는 이름이 붙여져서 루이지애나의 선량한 농장주 ‘포드’에게 팔린다. 그곳에서 포악한 노예 감독관의 감시하에 나무를 잘라 쪼개는 노동을 한다. 포드는 솔로몬의 지성과 재능을 알아본다. 쪼갠 목재들을 뗏목을 만들어 강을 이용해서 한꺼번에 나르자는 솔로몬의 제안을 듣고 실행해서 성공한다. 포드는  솔로몬에게 바이얼린을 상으로 준다. 감독관은 노예 주제에 주인에게 칭찬받는 솔로몬을 구타하고 솔로몬은 자신의 처지를 잊고 맞서다가 목에 밧줄이 감긴 채 나무에 매달려진다. 숨이 거의 넘어갈 무렵 포드가 와서 구해주지만 백인에게 대든 그는 목화 농장으로 팔려간다. 새로운 주인 ‘에드윈 엡스’는 노예들에게 무자비하기로 악명높다. 근엄한 표정으로 성경을 읽고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노예들에게 사정없이 채찍을 휘두른다. 노예들은 하루종일 목화밭에서 일하고 책임량을 달성 못하면 잔혹한 체벌을 받는다. 젊은 여자 노예 ‘팻시’는 작고 가녀린 몸으로 가장 많은 목화를 딴다. 에드윈은 아무 때나 그녀를 강간하고 때리고 학대한다. 팻시를 보면서 솔로몬은 인간으로서의 자긍심과 생존을 위한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어느날 캐나다인 ‘배스’가 에드윈의 집짓는 일을 도와주게 된다. 노예해방론자인 배스는 솔로몬과 일하면서 그가 원래 자유인이었음을 알게된다. 솔로몬은 배스에게 고향의 가족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배스가 떠나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에드윈의 농장에 셰리프와 사라토가의 친구가 솔로몬의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를 가지고 나타난다. 솔로몬은 납치된 지 12년만에 고향에서 식구들과 감격의 재회를 한다.

1800년대 미국은 노예제도를 따르는 남부와 흑인의 자유를 인정하는 북부로 나뉘어졌고1863년  링컨의 노예해방 이전까지 노예 매매가 성행했다. 1808년 노예 수입이 금지되면서 북부의 자유인 흑인들을 납치해서 남부 노예주에 팔아넘기는 흑인 납치 사건들이 발생한다. 영화는 노예 상인들에게 납치 되어 1841년부터 1853년까지 루이지애나의 농장에서 노예로 살았던 솔로몬 노섭의 실화다. 행복한 시민에서 한순간에 노예로 전락한 그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끔찍하고 잔인한 노예들의 실상과 마주한다.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솔로몬의 고뇌와 햇빛 쏟아지는 목화 농장, 노예들이 사는 통나무 집, 처연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심금을 울린다. 역사책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노예들의 연기와 조화도 훌륭하다. 무겁고 진지하지만 재미와 감동이 있다. 2014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플로이드의 억울한 죽음과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