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늑대와 함께 춤을 (Dances with Wolves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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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30년전 셋째를 가졌을 때 유난히 힘들었다. 미련하게 뭐든지 잘 참는  나였지만 늘 피곤하고 입덧이 심했다. 12월 추웠던 날, 애 둘을 베이비 시터에게 맡기고 남편과 영화관에 갔다.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남편이 고른 영화였는데 제목이 특이했다. 무려 세시간이 넘는 동안 아름답고 황량한 자연과 거대한 버팔로 무리, 인디언 부족과 백인 주인공의 신뢰로 맺어지는 대하 서사에 완전히 넋을 잃고 빠져 들었다. 이 영화는 이듬해 아카데미 에서12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포함 6개 상을 받았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다시 보았는데 감독이기도 한 ‘케빈 코스너’의 연기와 재능에 새삼 감탄했다.

1863년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테네시.  심한 부상을 입은 북군 ‘존 던바’ 중위는 다리를 절단하느니 차라리 죽기를 결심하고 홀로 말을 타고 적군에

뛰어든다. 이 자살 행위가 아군의 전의를 북돋아서 적을 몰아내고 승리를 거둔다. 존은 영웅이 되어 그가 훔쳐 탔던 명마 ‘시스코’를 하사받고 군의관의 도움으로 다리도 치료받는다.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겠다는 상사의 제의에 존은 멀리 떨어진 외딴 서부의 변방 ‘포트 세지위크’를 자원한다.  긴 여정끝에 세지위크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이 버려진 요새이다. 존은 일기를 쓰고 요새를 고치고 재정비를 하며 혼자의 생활에 익숙해진다. 요새에는 앞 발이 하얀색인 늑대 한마리가 존의 주변을 맴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를 바라 보면서 둘 사이에는 묘한 유대감이 생긴다. 존은 늑대에게 ‘투 삭스’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존이 강에서 목욕을 하는 사이 ‘수’족 인디언들이

존의 말 시스코를 훔치러 왔다. 존은 수족 리더인 ‘키킹 버드’와 대면한다.

권위와 우아함을 갖춘 키킹 버드에게 존은 호감이 가서 대화를 시도하지만 소통이 안되고 인디언들은 떠난다.  며칠 후 존은 미 육군 제복을 입고 수족을 만나러 가는데 도중에 피를 흘리고 있는 백인 여자를 만난다. 어린 시절 잔인한 ‘포니’족 인디언들의 습격으로 부모를 잃고 수족에게 구출되어 현재는

키킹 버드의 수양딸로 살고 있는 ‘주먹쥐고 일어서’이다. 주먹쥐고 일어서를 부족에게 데려다 주고 친해진 존은 부족에게 거대한 버팔로떼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 함께 사냥을 한다. 그 이후로 수족은 존을 부족의 일원으로 인정한다. 늑대 ‘투 삭스’와 존의  유대를 본 키킹 버드는 존에게 ‘늑대와 함께 춤을 ‘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수족이 포니족의 습격을 받게 되자 존은 요새에서 총과 화약들을 가져다주고 함께 싸워 물리친다. 존과 주먹쥐고 일어서는 키킹 버드의 허락을 받고 결혼식을 올린다.  존이 키킹 버드에게 백인들이 계속 칩입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부족은 캠프를 옮기기로 결정한다. 대대적인 이동을 하는데 존은 그동안 써둔 일기장을 찾으러 인디언 복장으로 요새에 들렀다가 미군에게 잡힌다. 감옥으로 이송되는 중에 수족이 존을 구해준다. 존은 탈영병인 자신이 부족에 남을 경우 그들이 위험에 처할 것을 알고 아내와 부족을 떠난다.

1988년 발표된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 했다. 케빈 코스너의 존은 고독하지만 인간적이고 따뜻하고 정의롭다. 모든 등장 인물들의 앙상블이 뛰어나고 인디언들의 조화와 균형있는 라이프 스타일에 공감이 간다.

사우스 다코타와 와이오밍에서 찍은 훼손되지 않은 대자연이 경이롭고, 부드럽고 센티멘탈한 음악도 훌륭하다. 30년전 작품이지만 지금도 생생하고 감동적이다. 넷플릭스에서 꼭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