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대니쉬 걸 (The Danish Girl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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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영국 감독 ‘톰 후퍼’의 영화는 인물 배치와 각도, 배경의 색감이 마치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의 대표작 “킹스 스피치 (2010)”는 2011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수상했고, 뮤지컬 대작 “레 미제라블 (2012)”은 전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흥행을 거두었다. 하지만 작년 12월에 개봉한 “캣츠”는 극장 예고편 때부터 불안했는데 결과는 역대급 망작이 되고 말았다. 후퍼 감독이 캣츠를 찍기 직전 만든 “The Danish Girl”은 세련된 영상미와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가  뛰어난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가 강렬하고 슬프다.

1926년 덴마크 코펜하겐. 재능있는 화가 ‘아이너 베게너’와 역시 화가인 그의 아내 ‘게르다’는 행복한 부부이다. 풍경 화가로 이미 명성을 얻은 남편 아이너와 달리 인물화를 주로 그리는 게르다는 아직 인정을 받지 못했다. 게르다는 친구인 발레리나 ‘울라’의 초상화를 그리던 중 아이너에게 대신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한다. 여성용 스타킹과 구두를 신고 드레스를 걸치고 포즈를 취하던 아이너는 자신의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여성성이 깨어남을 느낀다. 게르다는 아이너에게 화장을 시키고 여자 드레스를 입혀서 파티에 데려간다. 여장한 아이너는 아이너의 사촌 ‘릴리’로 소개가 된다. 가볍게 게임처럼 시작된 여장이 아이너에게는 자아 발견의 계기가 되어 여장을 하고 릴리의 인격체가 되어 지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아이너가 릴리로 지내는 동안 게르다는 릴리를 모델로 그림을 그린다. 릴리의 초상화는 파리 갤러리의 초청을 받고 부부는 파리로 이주한다. 파리에서 게르다는 아이너의 고향 친구인 성공한 아트 딜러 ‘한스’를 만난다. 한스는 아이너/릴리의 사정을 알게 되고 게르다와 릴리를 돕는다. 남편 아이너는 사라지고 릴리와의 기묘한 동거가 계속되면서 게르다는 릴리를 모델로 한 그림들은 그려서 아트쇼에서 대성공을 거둔다. 여성인 릴리가 남자의 몸으로 살아가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자 게르다는 릴리를 돕기 위해 유명 의사들과 상담한다.  하지만 의사들은 아이너의 상태를 동성애자, 정신분열증, 변태등으로 규정한다.  독일 의사 ‘와르네크로스’는 성전환수술로 아이너를 도울 수 있다고 한다.  그때까지 실행된 적이 없는 이 수술은 획기적인 동시에 위험 부담도 크다. 아이너는 독일로 떠나 수술을 받는다. 게르다는 여자가 된 릴리 곁을 지키며 극진히 돌본다.  2차 수술후 릴리는 비로소 온전한 자신의 몸을 찾은 기쁨과 게르다의 조건없는 사랑에 감사하면서 수술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영화 “The Theory of Everything”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를 연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에디 레드메인’이 남자의 몸으로 태어난 여성 ‘릴리’를 섬세하고 훌륭하게 표현한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 점점 자유로워지며 릴리로서 온전한 인격체가 되어가는 과정은 눈물겹다. 성전환수술로 여성이 된 덴마크 화가 ‘릴리 엘베’에 관한 동명 소설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게르다를 연기한 ‘알리시아 비칸더’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빼어난 영상미와 서정적인 음악이 조화롭고 게르다의 지순한 사랑이 슬프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