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미워도 다시한번 ( The Descendants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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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조지 클루니’는 나이가 들수록 빛이 나는 배우이다. 잘 생긴 외모뿐 아니라 연기, 연출도 잘 하고 불평등에 반대하며 약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신념대로 행동한다. 그의 작품중 아름다운 하와이를 배경으로 가족의 의미와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재미 만점의 수작을 소개한다.

‘맷 킹’(조지 클루니)은 아내와 두 딸과 함께 하와이에 사는 성공한 변호사.

조상에게 물려받은 2만 5천 에이커의 아름다운 ‘카우아이’섬의 땅을 ‘킹’씨네 일가들과 가족 신탁으로 공동 소유한다. 신탁의 대표로서 친척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이 유산을 매각하는 프로젝트의 막바지에 와 있다. 늘 일에 바빠서 애들과 아내와 얼굴보며 대화도 못하지만 이만하면 괜찮은 가장이라고 자부한다. 어느 날 아내가 보트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고 의사는 가망이 없다고 선포한다. 아내는 유서에 식물인간인 채로 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아내의 뜻을 쫒아 생명 보조장치를 제거하는 결정을 앞두고 맷은 심란하다. 무엇보다 열살짜리 둘째 딸 ‘스카티’를 돌보는 게 큰 일이다. 스카티는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반항적이다. 맷은 사립학교 기숙사에 있는 큰 딸 ‘알렉스’를 집으로 데려 온다. 열 일곱 먹은 알렉스는 몰래 마약을 하고  다혈질에 사사건건 아빠에게 맞선다. 맷이 알렉스에게 엄마의 생명을 곧 마감할 것이라고 알리는데 알렉스는 엄마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고 그 사실을 자기에게 들켰다고 폭로한다. 충격받은 맷은 아내의 오랜 친구 부부에게 달려가 남자에 대해 묻는다. 다들 알고 자기만 몰랐다. 아내의 친구는 가정을 등한시 한 맷을 비난하며 아내 편을 든다. 맷은 불륜 대상자가 부동산업자이고 현재 카우아이섬에서 휴가중 인 것을 알아낸다. 맷은 남자를 만나서 아내의 소식을 전하려고 결심한다.  아빠의 계획을 알고 알렉스는 남자 친구, 동생 스카티까지 데리고 따라 나선다. 카우아이섬에 도착하니 불륜남은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과 행복하다. 맷은 알렉스와 함께 남자를 찾아간다. 맷의 집안이 팔려는카우아이의 땅을 매입하려는 개발업자가 불륜남의 사촌이고 거래가 성사되면 막대한 커미션이 생긴다. 맷이 자기 이름을 말하자 남자 부부는 땅주인인 그를 환영한다. 맷은 남자에게 아내의 이름을 밝히고 아내가 죽기 전에 작별할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 남자는 용서를 구하며 자신은 부인을 사랑하고 맷의 아내와는 육체적인 외도였음을 강조한다. 남자의 비굴함을 보고 맷은 그런 남자에게 빠진 아내가  불쌍해진다. 드디어 아내의 생명 보조장치가 제거되고 아내의 몸은 화장해서 와이키키의 바다에 뿌려진다. 조상의 땅을 지키기로 결심한 맷은 계약서에 사인을 거부하고 두 딸과 함께 가족으로 다시 뭉친다.

하와이 출신 작가가 쓴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지상의 낙원인 하와이도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 사랑하고 분노하고 상처받고 절망한다. 삶이 한 순간에 곤두박질 쳐진 주인공은 가족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고 애를 쓴다. 무겁고 비극적일 수 있는 주제가 웃음과 풍자, 감동과 따뜻함으로 공감이 간다. 아빠에게 대들고 죽어가는 엄마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십대의 딸은 사실 총명하고 단단해서 어설픈 아빠의 큰 힘이 되고 말썽쟁이 둘째는 사랑에 굶주린 외롭고 겁많은 아이이다.  2012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5개 부분 후보작. 영화 속 맷의 독백은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가족은 군도(群島)와 같다. 서로 떨어져 있지만 전체를 이루고  언제나 함께 떠다니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