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아버지의 이름으로(The Water Divin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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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코로나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비극이 매일 온세상에 일어나고 있다.  남겨진 자들은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 “글래디에이터”에서 대체 불가의 로마 장군 ‘맥시무스’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러셀 크로’는 맡는 배역이 곧  자신인 것처럼 연기한다. 그의 감독 데뷔작이자 주연을 맡은 호주 영화를 소개한다.  부모와 자식, 상실과 회복,  척박한 곳에서도 피어나는 희생과 사랑은 인간이 신의 창조물임을 깨닫게 한다.

1차대전이 끝난 1919년 호주.  농부이자 수맥장이(막대기로 땅속 물줄기를 찾아내는 사람) ‘조슈아 코너’의 세아들은 4년전 ‘갈리폴리’ 전투에 참전해서 돌아오지 않았다. 자식들 모두 전사한 것으로 짐작하지만 그들이 어디에 묻혀 있는 지 알수가 없다. 자식들을 기다리던 아내는 강에 투신한다. 조슈아는 아들들 유골을 찾아서 아내 곁에 묻어주기로 결심하고 전쟁터인 터키로 떠난다. 이스탄불에 도착한 조슈아는 전쟁 미망인 ‘아이쉬’가 운영하는 호텔에 묵는다. 조슈아는 아이쉬의 도움으로 고기잡이 배를 타고 갈리폴리에

들어간다.  그곳에서는 살아남은 호주 군인들이 터키군의 협조를 받으며 전사자들 시신을 땅에 묻는 중이다.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상황에서 조슈아의 사연을 들은 터키 소령 ‘하산’은  호주군 책임자를 설득해서 조슈아가 아들들을 찾도록 돕는다. 조슈아는 둘째와 셋째의 무덤을 발견한다. 하산은 조슈아에게 큰아들 ‘아트’가 살아있고 포로 수용소에 있다고 말한다.

이스탄불로 돌아온 조슈아는 아트가 있는 수용소를 찾다가 그리스의 침략으로 귀대하는 하산 일행을 만난다.  아트의 수용소로 가기 위해 그들과 합류한 조슈아는 도중에 그리스  군대의 공격을 받는다. 모두 전멸당하고 겨우 빠져 나온 하산과 조슈아는 인근 마을로 피신한다. 마을에 세워진 물레방아가 자신의 설계와 같은 것을 보고 조슈아는 직감적으로 아트가 만든 것임을 안다. 하산은 부대로 돌아가고 조슈아는 전쟁 후유증으로 피폐해진 아트를 발견한다. 조슈아는 혼자 살아남은 죄책감으로 떠나기를 거부하는 아트를 설득해서 함께 이스탄불로 돌아온다. 호텔에서 아이쉬가 지친 부자를 반갑게 맞는다.

“한 늙은 아버지가 죽은 아들의 무덤을 찾아 호주에서 터키까지 왔다.”

당시 전쟁 묘지에서 근무했던 군인이 남긴 비망록의 한줄에서 스토리가 탄생했다. 호주의 광활한 벌판,  메마른 땅에서 치솟는 물줄기, 어린 군인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전장과  대규모 전투신, 전후의 혼란한 이스탄불.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촬영이 훌륭하다. 비극의 끝판을 격으면서 자식들의 유골을 찾으러 긴 여정을 떠난 아버지의 절망과 비통을 보면서 그래도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은 연출과 연기의 힘이다.  힘든 요즈음 꼭 권하고 싶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