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우리 정말 사랑했는가 ( The Past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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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이란 남자 아마드는 4년전에 프랑스인 아내 마리와 그녀의 두 딸을 남겨두고 고향인 테헤란으로 돌아갔다. 이제 아마드는 이혼을 원하는 마리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다시 파리에 돌아온다. 공항에 마중나온 마리는 호텔에 묵겠다는 아마드를 집으로 데려온다. 마리는 고등학생인 큰딸 루시가 힘들다면서 아마드에게 루시와 대화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마리는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루시와 레아가 있다. 루시는 몇 달째 엄마와 말을 안하고 반항한다. 마리의 딸들은 아마드를 진심으로 따르고 좋아했다. 집에는 레아와 또래의 남자애 푸아드가 놀고 있다. 푸아드는 마리의 새연인 사미르의 아들이다. 아마드는 사미르와 한집에서 지내는 것이 불편한데 마리는 딸 루시와의 사이를  아마드가 중재해 주기를 바란다. 마리가 일하러 간 사이 아마드는 아이들에게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준다. 루시는 친부와 헤어지고 아마드와의 결혼도 끝내고 다시 애 딸린 사미르와 재혼하려는 엄마가 혐오스럽다. 아마드는 루시의 얘기를 들어주고  마리의 입장을 변호한다. 아랍 남자 사미르는 파리 시내에서 세탁소를 하는데 부인이 식물인간으로 병원에 누워 있다. 그의 아들 푸아드는 불안해하고 반항한다. 마리는 루시의 냉담함이 힘에 겨운데 푸아드까지 말썽을 부리자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른다. 사미르는 마리의 전남편이  신경쓰이고 루시는 대놓고 사미르를 무시한다.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복잡한 감정과 날선 긴장 속에서 오직 아마드만이 식구들 모두를 연민과 인내로 대해주며 그들과 소통한다. 이혼 수속이 끝나자 루시가 사라진다. 사미르의 아이를 임신한 마리는 안절부절이고 사미르는 자신을 싫어하는 루시가 집에 오도록 아들과 집을 나간다. 아마드가 루시를 찾아내자 루시는 왜 자기가 사미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지 설명한다. 약사인 마리는 아내의 우울증약 때문에 약국에 들리던 사미르와 사랑에 빠졌다. 엄마와 사미르의 관계가 싫었던 루시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연애 편지를 사미르의 부인에게 이메일로 전송했다. 다음 날 사미르의 부인은 자살을 시도했고 식물인간이 되었다. 루시는 죄책감으로 괴롭다. 사실을 알게 된 마리는 사미르에게 말한다. 마리는 자기와 부인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미르를, 사미르는 여전히 아마드에게 도움을 청하고 의지하는 마리를 보면서 자신들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코마 상태에서도 후각은 살아있다는 의사의 말에 사미르는 아내가 좋아했던 향수병들을 가지고 병원에 간다. 누워있는 아내에게 자신의 향수를 뿌리고 아내의 손을 잡는다.

‘이별(A Seperation)’로 2012년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작품상을 수상한 이란 감독 ‘아쉬가르 파르하디’의 프랑스 영화 데뷔작이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혀있는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심리 묘사가 뛰어나고 설득력있다. 파리의 화사한 풍경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어수선하고 낡은 마리의 집과 비좁은 세탁소, 교외의 공터를 배경으로 오직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 그 이면에  숨어있는 진실을 따라간다. 현재가 과거의 사건이나 결정에 의한 결과물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새로운 사랑에 목을 매던 마리는 아내를 잊지 못하는 사미르의 진심을 헤아린다. 전처의 고민을 들어주고 의붓딸들과 사미르의 어린 아들까지 따뜻하게 보듬는 아마드는 선의와 평화의 인물이다. 식구들 밖에서 맴돌던 사미르가 영화 말미 아내의 손을 잡고 깨어나라고 간절히 속삭이는 장면은 가슴이 먹먹하다. 심리 스릴러물같은 재미와 반전, 관계에 대한 성찰이 있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