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쟝고가 간다. (Django Unchained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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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폭력이 난무하는 액션물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쿠엔틴 타란티노’감독 작품은 예외다. 세련된 스타일과 강렬한 색감,  멋진 음악과 숨막히는 스토리에 반해 빼놓지 않고 본다.  이 영화를 첫개봉하던  2012년 12월 30일 저녁, 유난을 떤다고 투덜대는 남편을 달래 극장을 찾았다.  마음에 드는 영화를 본 흡족함으로 극장을 나오는데 남편의 “ 거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 라는 멘트에 화들짝 놀랐다.  악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주인공의 매력에 빠져 전혀 그런 생각을 못하고 신나게 봤으니까.  2013년 오스카 작품상 후보였고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은 이 영화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이다.

1858년, 텍사스. 흑인 노예 ‘쟝고’는 쇠사슬에 묶인 채 다른 노예들과 밤길을 걸어간다.  노예들을 호송하는 백인들 앞에 독일인 닥터 ‘슐츠’가 나타나서 노예들 중 ‘브리틀’형제를 아는 자가 있는 지 묻는다. 쟝고가 안다고 나서자

슐츠는 그를 사서 함께 떠난다. 전직 치과의사인 슐츠는 도망친 범죄자를 죽여서 돈을 버는 현상금 사냥꾼이다.  쟝고는 아내 ‘브룸힐다’를 데리고 도망치다가 브리틀 형제에게 붙잡혀 모진 고문을 당한 후 얼굴에 낙인이 찍힌 채로 아내와 따로따로 팔려갔다.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슐츠는 쟝고를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브리틀을 잡으면 현상금 일부와 자유를 주기로 약속한다. 슐츠와 쟝고는 브리틀 일당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농장을 찾아간다. 슐츠가 농장주에게 그럴 듯한 구실을 대는 동안 쟝고는 브리틀 형제를 발견하고 총으로 쏘아 죽인다. 슐츠는 대노한 농장주에게 브리틀 형제의 현상금 포스터를 보여주고 시체를 싣고 떠난다.  농장주는 마을 주민들을 모아 뒤를 쫒지만 슐츠의 지략과 쟝고의 총솜씨로 전멸한다.

슐츠는 약속대로 현상금도 나누고 쟝고에게 자유를 준다. 슐츠는 미시시피로 팔려간 아내를 되찾고 싶어하는 쟝고에게 겨울동안 자기와 함께 현상금 사냥을 하면 봄에 아내 찾는 일을 돕겠다고 제안한다.  슐츠는 쟝고를 훈련시키고 사람들 앞에서 처신하는 법도 가르친다.

쟝고는 슐츠의 인품과 지성에 끌리고 슐츠는 쟝고를 파트너로 존중하며 둘 사이에 우정과 신뢰가 생긴다. 이듬해 봄, 슐츠와 쟝고는 브룸힐다가 팔려 간

‘캔디’ 농장으로 간다.  슐츠는 오만하고 잔인한 농장주 캔디에게 브룸힐다를 사겠다고 한다. 쟝고와 브룸힐다의 관계를 눈치 챈 캔디가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고 슐츠는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떠나기 직전 캔디와 슐츠 사이에 대립이 일어나고 순식간에 총격전이 벌어진다. 캔디와 슐츠가 죽고 백인들도 쟝고의 손에 쓰러지지만 브룸힐다가 볼모로 잡히자 굴복한다. 다시 팔려가던 쟝고는 호송 도중 탈출해서 캔디의 농장으로 돌아오고 잔인한 복수극 끝에 집을 폭파시키고 아내와 떠난다.

타란티노 감독의 재능에 절로 찬탄이 나오는 강렬하고 잔혹하고 화려한 작품이다. 노예의 입장에서 바라 본 백인들은 과연 영혼이 있는 인간인지를 의심케할 정도로 포악하고 탐욕스럽다. 빠른 전개와 가차없이 벌어지는 살육의 현장에서 바닥과 벽, 옷을 적시고 흐르는 붉은 피의 통렬함이 싱싱하고 아찔하다. 거칠고 날것인 유머와 썰렁한 풍자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음이 난다. 내 안에 폭력을 즐기는 본성이 숨어있었던가 혼돈될 만큼 나쁜 놈들에 대한 응징 장면은 기대 이상의 만족을 준다. 서부극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센티멘탈한 음악도 멋지다. 매력 가득한 유혈 낭자 서부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