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천국의 가장자리 ( The Edge of Heaven 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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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지금 미국은  코로나보다 더 끔찍한 분열과 증오라는  전염병으로 신음하고 있다. 피부색과 종교, 문화가 다른 사람들을 적대시하고 폭력도 행사한다.

정말 우리는 그렇게 다른 걸까. 국적과 언어가 다른 세명의 부모와 세명의 자식들을 따라가며 만남과 죽음과 이별을 통해 용서와 사랑은 인간의 가장 고귀한 본질임을 깨닫게하는 영화를 소개한다.

독일의 ‘브레멘’. 터키 이민자인  ‘알리’는 아내가 죽고 핏덩이 아들 ‘네잣’을 홀로 정성껏 키웠다. 네잣은 독일 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늙은 알리는 연금과 저축으로 노후가 편안하다. 외로운 알리는 사창가에서 만난 터키인 매춘부 ‘예테’가 마음에 들어 자신과 동거하면 매달 돈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네잣은 예테가 터키에 있는 딸의 학비를 위해 몸을 판 사정을 듣게 된다. 딸에게는 구두점에서 일한다고 속였다.  어느 날 술에 취한 알리가 예테와 언쟁을 벌이다 실수로 예테를 죽인다. 알리는 감옥에 들어가고 네잣이 아버지를 대신해 수습한다. 예테의 시신을 터키 이스탄불로 운반하고 그녀의 친척들과 장례도 치룬다. 하지만 예테가 그리워하던 딸 ‘아이텐’의 소식은 끊긴 지 오래다. 네잣은 서점을 인수하고 이스탄불에 살면서 전단을 만들고  아이텐의 소식을 수소문한다.

한편 아이텐은 터키에서 반정부 활동을 하다가 독일로 넘어왔다. 엄마 아이텐을 찾아 구두점을 돌아다녔지만 허탕친다. 돈도 없이 노숙하던

아이텐은 여대생 ‘로테’를 만나고 로테는 아이텐을 집으로 들인다.

로테의 엄마 ‘수잔느’는 딸이 터키 불법체류자를 들인게 못마땅한 데 둘은 좋아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아이텐은 독일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하지만 기각되고 터키로 강제 소환되어 감옥에 들어간다. 로테는 아이텐을 구하기 위해 무작정 터키로 간다. 아이텐을 면회하고 독일의 엄마에게 도와달라고 사정한다. 수잔느는 딸이 걱정되지만 거절한다. 로테는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네잣을 만나고 그의 아파트에 방을 얻는다. 네잣이 애타게 찾는 아이텐은 감옥에 있고 아이텐을 사랑하는 로테는 네잣의 집에 머무르게 된다.

하지만 로테는 거리의 아이들이 쏜 총에 죽는다. 수잔느가 터키로 온다. 딸이 묵던 방에서 통곡을 한다. 집주인 네잣이 로테의 소지품을 전해준다.

로테의 일기를 읽던 수잔느는 딸이 아이텐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깨닫는다.

수잔느는 죽은 딸을 위해 아이텐의 석방을 돕는다. 아이텐이 풀려나고 갈 곳이 없는 그녀를 수잔느가 맞이한다. 예테의 죽음 이후 아버지를 외면했던 네잣은 감옥에서 나온 아버지를 찾아간다.

홀아비로 아들을 키운 이민자 알리와 교수 아들 네잣. 딸을 위해 독일까지

와서 몸을 파는 예테와 운동권 딸 아이텐. 사랑에 목숨 거는 로테와 그런 딸을 지켜보는 수잔느.  독일과 터키를 오가면서 세쌍의 부모 자식들 삶이 촘촘히 얽힌다. 관객은 그들이 연결된 것을 알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끝까지 서로를 못 알아보고 지나친다. 우리는 민족이나 성별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럴 때 희미하게나마 천국의 언저리를 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한다. 나도 어미지만 부모의 사랑은 징하고 눈물이 난다. 서정적이고 애잔하지만 감동과 희망을 주는 뛰어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