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프리덤 라이터스 ( Freedom Writers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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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계속되는 우울한 뉴스나 자연 재해를 겪으면 기분이 가라앉기 십상이다.

감정은 양동이에 가득 찬 물과 같다.  검은색 물감을 한방울씩 떨어뜨리면 처음에는 차이가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검은색으로 변한다. 물은 원래 투명한데 어떤 물감을 떨어트리냐에 따라 전체 색이 달라진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희망적이고 선한 영향을 미치는 스토리가 필요한 이유다.

1994년 캘리포니아 롱 비치. 이제 막 선생이 된 ‘에린 그루웰’은 “우드로우 윌슨 하이스쿨” 1학년 영어 교사로 부임한다. 원래 학생들 학업 성적이 뛰어났던 이 학교는 2년전 ‘로드니 킹’사건 이후, 자발적 통합 학교로 전환한 이후 히스패닉, 캄보디안, 흑인 학생들을 받았다. 빈곤, 가정 폭력, 갱들간의 대립에 시달리는 다인종 학생들은 서로에 대한 적대감으로 툭하면 싸우고 또

죽기까지 한다. 순수한 열정만으로 시작한 학교 생활은 처음부터 고난의 연속이다. 어느 날 밤, 히스패닉 여학생 ‘에바’와 남자친구 ‘파코’는 편의점에 들렀다가 에바와 라이벌인 캄보디안 여학생 ‘신디’, 그녀의 남자 친구와 우연히 맞닥뜨린다.  그때 흑인 학생 ‘그랜트’가 지나가는데 파코가 그랜트에게 드라이브 바이 슈팅을 시도한다. 그랜트는 도망가고 대신 신디의 남자친구가 총에 맞아 숨진다. 나중에 그랜트는 살인 사건 혐의로 체포된다.

다음 날 에린은 학교에서 그녀 학생이 그린 인종차별 그림을 보고 홀로코스트에 대해 설명한다. 놀랍게도 백인 학생을 빼고 클래스 전체가 그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에린은 학생들에게 노트를 나눠주고 매일 일기를 쓰게 한다. 학생들이 원할 때까지 그들의 일기를 읽지 않는다고 약속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활을 일기에 풀어 놓는다. 렌트가 밀려 쫒겨나고 부모에게 학대 받거나 식구중 누군가가 총에 맞아 죽은 아프고 절망적인 삶의 일상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에린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아이들에게 책을 사주고 방과후 활동도 시킨다. 또 유태인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을 초청해서 경험담을 듣게 하고 학생들을 홀로코스트 박물관에도 데려간다. 아이들은 단지 인종과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적대시하고 원수처럼 지내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비극인지 깨닫기 시작한다. 학생들은 에린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서서히 변화하며 타인종간에 우정과 신뢰를 쌓아간다. 두려움에 침묵하던 에바는 법정에서 파코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그랜트는 풀려난다.  신디는 에바를 용서하고 친구가 된다. 에린의 격려로 그동안 쓴 학생들의 일기는 “The Freedom Writers Diary”로 출판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감동적인 작품. 영화 말미에 실제 에린의 사진이 나온다. 연기파 배우 ‘힐러리 스왱크’의 에린은 힘있고 열정적이다.  좋은 스승은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그 뒤에는 개인적인 희생과 눈물과 분투가 숨어있다. 에린도 남편과의 이혼, 또 동료 교사의 방해와 조롱을 온 몸으로 겪어낸다. 그녀의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헌신 덕에 일치감치 밑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던 가난한 흑인, 캄보디아 난민, 라티노 청춘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도 진학했다. 그 아이들이 일구었을 가정과 그들이 속했을 직장, 사회에 얼마나 선한 영향을 끼친 것인지.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에게 바치는 헌사. 영화속 음악도 좋다, 넷플릭스에서 꼭 찾아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