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10 년, 오직 하나의 타겟을 쫓다. (Zero Dark Thirty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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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헐리웃은 철저히 백인과 남자들이 지배한다.  ‘캐서린 비글로우’감독은 2010년 “허트 로커”로 3D돌풍을 일으킨 화제작 “아바타”를 제치고 아카데미 작품상과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받았다.  비글로우 감독은  2년 뒤,  9.11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향한 10년간의 추적 실화를 특유의 치밀하고 대담한 연출로 세상에 내놓았다.

9.11 이 발생한 지 2년후 파키스탄의 CIA 본부. 어두운 취조실에서 CIA 고참 요원 ‘댄’이 테러리스트들에게 자금을 대준 ‘암마르’를 조사한다. 정보를 얻기 위해 온갖 고문과 협박을 가하지만 암마르는 입을 열지 않는다. 댄의 취조 과정을 옆에서 지켜 보는 ‘마야’는 괴롭다. 마야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CIA에 들어갔다. 성실함과 뛰어난 업무 능력으로 9.11의 주범 빈 라덴 검거 작전에 투입된다.

신참인 마야는 같은 팀인 ‘제시카’, ‘잭’, ‘토마스’들과 협력해서 숨어있는 빈 라덴의 은신처를 찾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용의자를 쫓지만 진전이 없다. 테러리스트들은 대낮에 시내에서 시민들과 미국인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벌인다. 댄과 마야는 암마르를 끈질기게 심문해서 결국 빈 라덴의 최측근인 ‘아부 아흐메드’의 이름을 알아낸다. 마야는 컴퓨터로 ‘알 카에다’ 용의자들의 기록을  샅샅히 훑어 본다. 폴란드로 가서 그곳 CIA 지부에 잡혀있는 테러리스트를 만나 빈 라덴의 연락책에 관한 조사도 한다. 마야는 파키스탄의 수용소에서 포로로 붙잡힌 알 카에다 요원에게 아부 아흐메드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듣는다. 그러는 중에 런던에서는 이층 버스가 폭발하고 곳곳에서 자살 테러가 일어난다. 댄은 임무 도중 워싱턴으로 돌아간다. 그는 마야에게 끝이 안보이는 빈 라덴 잡는 일에서 손떼고 워싱턴에서 평범한 업무를 하라고 충고한다. 동료 제시카는 빈 라덴의 측근중 한명인 요르단 의사를 돈으로 매수하는데 성공한다. 250만불을 받고 빈 라덴에 관한 정보를 넘기기로 했다. 제시카는 오랜 추적끝에 성과를 올리게 된 것에 흥분한다. 제시카와 요르단 의사가 만나는 날,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기지에 제시카와 CIA요원, 군인들이 기다리고 있다. 늙은  의사가 차에서 내리고 그의 외투 안에 숨겨져 있던 폭탄이 폭발하면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죽는다. 마야는 충격으로 좌절하고 워싱턴에서는 그동안의 실패를 신랄하게 비난한다.

게다가 마야가 쫓던 아부 아흐메드는 죽은 것으로 밝혀진다. 마야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옛 파일을 조사하면서 아부 아흐메드가 친척들이 많고 모두 용모가 비슷한 것을 알게 된다. 그의 친척중 한명인 ‘이브라임’이 실제로 아부 아흐메드라는 확신이 선다.  마야와 팀은  이브라임의 핸드폰 번호를 입수해서 통화를 도청하고 결국 빈 라덴의 은신처로 확신되는 건물을 찾아낸다. 마야는 CIA간부들과 국장에게 빈 라덴 은신처에 대한 공격 명령을 내려줄 것을 설득한다. 하지만 낮은 성공 확률과 실패할 경우의 책임때문에 결정이 지연되고 129일이 흐른다.  2011년 5월1일,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기지. 작전 명령 ‘제로니모’가 떨어지고 네이비 씰 ‘팀6’ 대원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파키스탄으로 향한다. 자정을 막 넘긴 칠흙같이 어두운 밤, 대원들은 꽁꽁 숨어있던 빈 라덴을 사살한다. 기지에 남아있던 마야는 대원들이 옮겨온 빈 라덴의 시체를 직접 확인한다.

영화는 9.11 당시 희생자들의 절박한 전화 목소리로 시작해서 10년간의 길고도 지루한 빈 라덴 추적 과정을 보여 준다.  감독과 제작진은 작전에 관련된 수많은 인물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포로 고문 장면도 그대로 담았다. 클라이막스인 네이비 씰의 침투 장면은 압권이다. 완벽하게 재현한 빈 라덴 은신처와 야간투시경을 쓴 대원들이 어둠속에서 잽싸게 움직이며 적을 하나씩 제거하는 과정은 긴박하고 생생해서 바로 그 현장에 있는 느낌이다.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여우주연, 음향편집, 편집상등 주요 5개부문 후보답게 연출과 촬영이 뛰어나다. 작전을 성공한 마야가 홀로 비행기에 오르자 비행사가 행선지를 묻는다. 선뜻 대답을 못하는 마야의 눈에서 또르륵 눈물 한방울이 떨어지는 마지막이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