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127 H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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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질병과의 싸움은 우리를 불안과 두려움속에 가둔다. 이 세상 모든 것이 한시적이고 결국 사라진다는 진실이 오히려 위로와 희망을 준다. 인간은 자연계에서 가장 약한 존재지만 정복당하지 않는다. 죽음을 거부하고 삶에 대한 의지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신을 구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2003년 4월. 스물 일곱의 ‘아론 랠스톤’은 주말을 맞아 유타의 ‘블루 존’캐년으로 암벽타기를 하러 떠난다. 노련한 등반가인 아론은 차를 운전해서 캐년 입구에 세우고 산악 자전거를 타고 자신이 좋아하는 트래킹 코스로 들어간다. 눈 앞에 펼쳐지는 웅장한  캐년은 하늘을 배경으로 멋지고 화려하다. 그는 지도에 나오지 않는 협곡의 구석구석까지 자세히 알고있다. 도중에 길잃은 여자 등반객들을 만나자 가이드를 자청해서 함께 암벽 사이로 다이빙을 하고 동굴 속의 호수도 보여준다. 그들과 헤어지고 혼자서 트래킹을 하다가 협곡 사이 좁은 틈새로 떨어지는데 위에서 굴러온 돌덩이와 협곡 벽에 오른 팔이 낀다. 팔이 벽에 걸린 채 공중에 매달린 아론의 사투가 시작된다. 아무에게도 행선지를 알리지 않았다. 

그는 가지고 있는 장비를 전부 꺼낸다. 밧줄, 캠코더, 등산용 칼, 물 한병. 그리고 팔을 빼내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한다. 무딘 칼로 돌을 깎아내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며 갈증과 배고픔, 피곤으로 인해 아론의 정신 상태는 현실과

꿈, 과거와 어린 시절의 추억, 환각과 환청을 넘나든다. 고통속에서 아론은 가족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캠코더에 녹화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과거에 대한 자책과 부모에 대한 사랑을 마치 일기를 쓰듯 담담하고 유머러스하게 

고백한다. 오줌을 받아 마시며 기력이 다해가던 아론은 살기위해 마지막 결단을 내린다. 오른 팔을 잘라내고 탈출하자. 무딘 칼로 팔을 찌르는데 칼끝이

뼈에 닿아 내려가지 않는다. 아론은 이를 악물고 뼈를 부러뜨린다. 그리고 살을 잘라서 오른 팔을 떼어낸다. 아론의 왼손과 얼굴, 옷이 피범벅이 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고통에 찬 아론의 울부짖음이 심장을 옥죈다.

오른 팔을 남겨 둔 아론은 한 손으로 암벽을 타고 꼬불거리는 좁은 틈새를 지나 바깥으로 나온다. 협곡사이에서127시간을 보냈다. 

 실화를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아론이 잘린 팔로 수영하고

등반하는 모습이 나온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영화 내내 긴장과 스릴, 몰입과 감동을 준다. 만약 내가 아론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할까. 

현재 우리가 겪는 일이 아론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는가. 

고독하고 힘든 시간들을 견디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주인공의 용기가 경탄스럽다. 아론을 맡은 제임스 프랭코의 연기는 가히 압도적이다. 작은 칼로 팔을 잘라내는 장면은 리얼하고 충격적이다. 인간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는다. 얻기위해 버린다. 그가 겪는 좌절과 고통을 함께 하며 그가 구조될 때 삶에 대한 경외심으로 눈물이 난다. 눈부신 촬영과 음악도 기가 막히다. 보고 나면 분명 힘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