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17살 겨울에 세상과 맞서다. ( Winter’s Bone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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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코로나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세상이다.  디스토피아 영화속으로 들어 온 기분이다.

우리의 오감을 송두리 채 잡아 끌며 주인공과 함께 체험하고 느끼게 만드는 뛰어난 영화를 소개한다.

미주리주 산골 ‘오자크’는 가난하고 황량한 마을. 17살 소녀 ‘리’는 정신이 불안정한 엄마와  12살 남동생, 6살 여동생과 산다. 마약을 만들어 팔던 전과자 아버지는 집을 나가 소식이 없고 식구들의 생계는 고스란히 리의 몫이다. 먹을 것을 구하고 동생들의 학교 숙제를 봐주고 엄마를 정성껏 돌본다. 없는 살림에 겨울은 더욱 팍팍하기만 하다. 이웃 부부가 가끔씩 식료품과 사슴 고기를 나눠준다. 리의 집에 셰리프가 찾아온다. 리의 아버지가 가석방중에 보석금대신 집과 땅을 담보로 잡혔단다. 일주일 후 법원에 출두해야 하는데 행방이 묘연하다. 아버지가 출두일까지 나타나지 않으면 집을 뺏기게 된다.

리는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차도 없이 산길을 걸어서 자기가 기억하고 있는 아버지와 연관된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간다. 마을 사람들은 마약에 찌들어 있고 마을 전체가 마약을 제조하고 사고 파는 일에 서로 얽혀 있다. 아버지의 행방을 물어보는 리에게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문다. 게다가 계속해서 아버지를 찾아다니면 다칠 거라고 협박한다. 리는 평소 무서워하던 삼촌 ’티어드롭’을  만난다. 삼촌도 리에게 아버지를 찾지 말라고 경고한다. 리는 아버지가 죽었다고 확신하지만 그의 죽음을 증명해야 집을 뻿기지 않는다. 절박해진 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아버지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마을의 우두머리인 ‘밀튼’을 만나러 간다. 리는 밀튼 집안 여자들에게 무자비하게 얻어 맞고 헛간으로 끌려간다. 겨우 정신을 차린 리앞에 그동안 만났던 마을 사람들이 전부 모여있다. 리는 아버지가 룰을 어겼고 그 댓가로 마을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한 것을 알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범죄를 덮기 위해 리를 죽일 수도 있다. 절박한 리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아버지 시체라도 찾아야 이 겨울에 식구들이 쫒겨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마약과 살인에 연관된 마을 어른들은 리의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린다.  집을 뺏기면 어린 동생들은 남의 집에 보내진다.  리를 두들겨 팼던 밀튼가 여자들이 리를 시체있는 곳으로 데려간다. 리는 눈이 가려진 채 숲속의 호수에 도착한다. 수심이 얕은 곳에 시체가 누워있다. 리는 죽은 아버지의 한쪽 손을 잡아 올리고 함께 간 여자가 전동 톱으로 손목을 자른다. 톱날이 돌아가는 동안 리는 고통스럽게 울부짖는다. 리는 죽은 아버지의 두 손을 자루에 담아 셰리프에게 가져간다. 아버지의 죽음이 증명되자 집은 담보에서 풀려난다.

동명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특이한 스릴러물이다. 겨울의 메마르고 스산한 산골 마을 풍경은 전후 공황 시대를 보는 것처럼 무겁다. 가난한 집에서 아버지 대신 가장 노릇을 하는 리는 절망하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다람쥐를 사냥해서 껍질을 벗기고 땔감을 위해 장작을 쪼갠다. 사춘기 소녀의 꿈이나 감정 놀음은 사치일 뿐 병든 엄마와 어린 동생들을 지킨다. 부패하고 닳아빠진 어른들과 세상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는 리는 진정한 전사이자 영웅이다. 아버지에 대해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던 리가 죽은 아버지의 손목을 자를 때 절규하는 장면은 심장을 후벼 판다. 리를 연기한 당시 19살의 “제니퍼 로렌스”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되었다. 2011년  아카데미 작품상 포함 총 4개부문 후보작. 촬영이 뛰어나고 모든 인물들이 살아있다. 어둡고 처연한 음악도 훌륭하다. 요즘같은 시기에 보면 좋을 놓치기 아까운 수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