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 세상] 여인의 조각들 (Pieces of a Woman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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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젊은세대가 더 이상 결혼이나 출산을 원하지 않는 이상하고 삭막한 세상이 되었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사는 미국도 혼기를 한참 넘긴 자녀들이 수두룩하고 결혼을 해도 아이는 갖지 않겠다는 의견도 많다. 팬데믹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자식은 더 이상 축복이 아니고 양육해야 할 부담으로 다가오는지 모른다.

보스턴에 사는 ‘마르타’와 ‘션’ 부부는 첫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행복하다. 전문직인 마르타와 달리 건설 노동자인 션은 자신을 무시하는 부유한 장모 ‘엘리자베스’와 사이가 좋지 않다. 마르타가가 진통을 시작하고 원래 마르타를 담당한 산파 대신 신참인 ‘에바’가 도착한다. 태아를 꺼내기 직전, 에바는 아기의 심장 박동이 낮은 것을 발견하고 마르타를 즉시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하지만 마르타는 집에서 낳겠다고 버틴다. 결국 태어난 아기는 심정지로 사망한다.

아기를 잃은 후 마르타와 션의 삶은 산산조각이 난다.

검시관과의 미팅에서 션은 아기의 사망 이유를 밝혀내려 하지만 마르타는 알고싶지 않다. 검시관은 당시 산소가 모자랐던 상황을 문제삼아 산파인 에바의 잘못으로 몰아가고 에바는 법정에 서게 된다. 시간이 흘러도 마르타와 션은 슬픔과 우울증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싸우고 서로를 원망하고 상처준다. 션은 6년 넘게 끊었던 코케인을 다시 시작하고 마르타의 사촌과도 불륜 관계를 가지며 자신을 괴롭힌다. 엘리자베스는 애초에 집에서 출산하겠다고 결정한 마르타 때문에 아기가 죽었다고 비난하고 션에게 돈을 주며 딸에게서 떠나라고 한다. 션과 마르타는 헤어진다. 몇달후 법정에 선 마르타는 아기의 죽음이 에바 잘못이 아니라고 증언하고 아기를 화장해서 재를 강에 뿌린다.

동명의 2018년 폴란드 연극을 헝가리 출신 ‘코멜 문드루초’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2020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마르타를 연기한 ‘바네사 커비’가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다음달 열릴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있다. 무려 23분에 걸친 출산씬은 마치 리얼 다큐를 보는듯 생생하고 긴박하다. 그 후에 벌어지는 사건들은 무겁고 슬프다. 죄책감과 분노와 절망속에서 하루하루 그저

견뎌내는 마르타와 그런 아내를 품지 못하고 어쩔줄 모르다가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어린애같은 션을 보는 것은 아프다. 약하고 허물많은 우리들의 모습이다. 오만하고 독선적인 엘리자베스역의 ‘엘렌 버스틴’의 관록있는 연기도 훌륭하다. 마치 심리 스릴러같은 연출에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가는 섬세함도 뛰어나다. 사랑과 상실, 극복과 희망에 관한 용감하고 사적인 영화.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