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그린 북(Green Book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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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오늘날 미국을 사는 흑인들에게는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부터 영화, 스포츠,  팝뮤직계의 재능과 영향력을 갖춘  스타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래도 여전히 불평등과 차별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60년전에는  어떠했을까. 올해 골든 글로브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본상을 수상하고, 2월에 있을 아카데미상 주요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보자.

1962년, 뉴욕. 이태리 이민자 ‘토니 발레롱가’는 나이트클럽의 기도로 일한다. 무식하고 다혈질에다 흑인을 차별하지만 가정적이고 착하다. 클럽이 공사때문에 몇달간 문을 닫자, 부유한 흑인 피아니스트  ‘단 셜리’박사의 운전사겸 보디가드로 취직한다.  천재적인 음악가에 외국어에도 능통한 단은 흑인이지만 고상한 품격을 갖춘 지성인이다.  그는 8주동안 인종 차별이 심한 남부(Deep South) 도시들을 돌면서 연주회를 하기로 되어 있다. 단의 음반사는 토니에게 착수금으로 수고비의 절반을 건넨다. 나머지 반은 연주 여행이 차질없이 끝났을 때 줄 것이다. 단, 한번의 연주회도 빼먹으면 돈은 받을 수 없다. 흑인들이 남부를 여행할 때 그들을 받아주는 모텔, 식당등 안전한 장소들이 기재된 안내서 “그린 북”(Green Book)도 전해 받는다.  태생부터 자라온 환경이 너무나 다른 두 남자는 여행 시작부터 부딪힌다.

함부로 말을 하고 교양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토니는, 단이 자신에게 예절과 위엄을 갖추도록 주문하자 불편해 한다.

하지만 콘서트에서 단의 훌륭한 연주를 듣고 그의 음악에 크게

감동한다. 프라이드 치킨을 먹은 적이 없는 단은 켄터키주를 통과하면서 토니의 설득으로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맛보고, 토니가 듣는 라디오를 통해 유행하는 팝뮤직도 알게 된다.

남부의 도시에서 단은 흑인 전용 호텔에 토니는 일반 호텔에 묵는다. 저녁에 홀로 바에 들른 단은 백인들에게 조롱과 협박을 당하고 토니가 달려가 구한다. 다음 도시에서는 연주 도중 휴식 시간에 단이 화장실을 가려는데, 지배인이 건물 바깥 화장실을 쓰라고 말한다. 단은 거절하고 토니가 운전해서 호텔로 돌아가서 호텔  화장실을 쓴다. 또 단이 양복점에서 마음에 드는 수트를 사려고 하지만 종업원은 흑인에게 팔 수 없다며 거절한다.

토니는 재능과 부와 인격을 갖춘 단이 피부색 때문에 백인들에게 당하는 수모와 차별을 보면서 분노하고 그의 편에서 싸운다.

단은 가방끈이 짧은 토니가 아내에게 편지를 보낼 때 문학적이고

섬세한 표현을 쓰도록 도와준다. 순회 공연이 계속되는 동안 온갖 위험과 소란을 겪으며, 두사람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쌓아간다. 드디어 투어 마지막 장소인 알라바마주 버밍햄. 단이 호텔 식당으로 들어가려는데 지배인이 막는다. 단이 그날 호텔에서 연주할 피아니스트임에도 백인만 식사할 수 있다고 한다. 단은 연주를 거절하고 지배인은 토니를 설득한다. 한번의 연주라도 빠지면 토니는 나머지 급료를 받을 수 없다. 단은 토니가 원한다면 연주를 하겠다고 말하지만, 토니는 단을 데리고 호텔을 나온다. 돌아가는 길에 폭설을 만나고 무리해서 운전하던 토니는 잠이 든다. 토니가 자는 동안 단이 운전을 하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토니의 아파트에 도착한다. 토니의 식구들은 단을 보고 놀라지만 금방 따뜻하게 맞아준다.

온식구가 함께 즐길 수작이다. 재미, 웃음, 풍자, 감동이 있고 60년대 남부의 풍광이 아름답고 서정적이다. 단의 피아노 연주와 영화 삽입곡들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허샬라 알리’가 연기한 기품있고 고독한 단과 ‘비고 몬텐슨’의 우직하고 의리있는 토니의 케미가 눈부시다. 흑백갈등이 단과 토니처럼 풀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