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나이브즈 아웃(Knives Ou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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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영화 팬으로서 세계 각종 영화제가 열릴때면 늘 관련 기사를 찾아 읽고 출품된 작품들과 배우들, 감독들 인터뷰도 꼼꼼히 챙겨본다.

올9월에 열린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내 흥미를 확 잡아끌었던 영화가 현재 극장에서 상영중이다. 팬심 차원에서 기라성같은 앙상블 캐스트가 마음에 들었고 아가타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살인 느낌의 복잡하게 연결된 치밀한 스토리에 흥분이 되었다.

노장 ‘크리스토퍼 플러머’를 중심으로 007의 ‘대니얼 크레이그’,

마이아미 바이스의 ‘단 존슨’, 관록의 ‘제이미 리 커티스’와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 연기파 ‘마이클 섀넌’과 ‘토니 콜렛’, 쿠바 출신 신예 ‘아나 데 아르마스’가 각자 속내를 숨긴 탐정과 가족 구성원, 용의자 역할을 서늘하고 교활하게 연기한다. 특히 대니얼 크레이그의 예리하면서 코믹한 탐정 ‘베누아 블랑’은 제임스 본드보다 훨씬 친근하고 멋지다.

부유한 추리소설 작가 ‘할란 트롬비’의 85세 생일 파티가 그의 저택에서 열린다. 자식들은 아버지를 사랑하는 척 하지만 모두 아버지의 재산만 노린다. 일찌감치 자식들의 속셈을 간파하고 있는 할란은 자신의 속내를 개인 간호사 ‘마르타’에게 털어 놓는다. 착하고 성실한 마르타는 할란을 지극히 돌보는데 불법 체류자인 엄마와 동생이 있다. 파티 전에 할란은 사위 ‘리처드’를 불러 젊은 여자와의 불륜을 정리하라고 명한다. 딸 린다와 리처드는 할란의 집에 얹혀 사는데 그들의 아들 ‘랜섬’은 할아버지의 재산만 믿고

 

게으르고 방탕한 생활을 한다. 할란은 손주 랜섬에게 유언장에서 이름을 빼겠다고 통보한다. 미망인 며느리 ‘조니’도 할란의 지원을 받는데 그동안 딸의 사립학교 등록금을 몰래 횡령해 왔다. 할란은 며느리에게 지원을 끊겠다고 통보한다. 또 할란은 자신의 출판사를 운영해 온 막내 아들 ‘월트’를 해고한다. 이 모든 일이 할란의 생일 파티 직전에 이루어진다. 파티 다음날 아침, 가정부는 서재에서 죽어있는 할란을 발견한다. 가족들은 할란의 자살을 주장하지만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다. 베테랑 탐정 베누아 블랑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가족의 요청으로 수사에 참여한다. 블랑은 가족 한사람씩 사건 당일의 행적을 심문한다. 특히 거짓말을 하면 토하는 특이 체질인 간호사 마르타의 증언을 비중있게 다룬다. 마르타는 블랑의 질문에 사실대로 대답하지만 말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할란의 유언장이 공개되는데 할란은 저택과 모든 재산을 전부 마르타에게 남긴다. 충격받은 가족들은 마르타를 살인범으로 몰고  분노한다. 정신없는 마르타를 랜섬이 구해주고 양심적인 마르타는 사건 당일의 상황을 랜섬에게 설명한다. 랜섬은 마르타에게 자신이 도울테니 상속을 받은 후 자신의 몫을 달라고 제안한다. 사건 저녁 어찌된 일인지 할란에게 늘 놓던 진통제와 수면제 주사약병이 바뀌어 있었다. 마르타는 나중에 치사량을 주사한 것을 알게 되고 구급차를 부르려 하지만 할란이 저지한다. 할란은 마르타가 살인자의 누명을 쓰지 않게 모든 것을 지시하고 서재에서 칼로 목을 그어서 자살한다. 이 모든 것이 밝혀지는 과정이 반전의 연속이다.

 

블랑은 마르타의 자백을 듣지만 그녀만이 유일하게 할란을 진심으로 아끼고 끝까지 성실했다는 것을 알고 그녀의 누명을 벗긴다. 무시했던 이민자 고용인이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자 온갖 술책과 회유를 부리는 가족들의 모습이 탐욕과 배신의 민낯을 보여준다. 음산하고 고풍스러운 셋트, 세련되고 허풍스러운 인물들,

은근하게 코믹한 대사, 정신없는 듯 풀려가는 실마리들이 재미있다. 연약한듯 강인한 마르타와 노련한 블랑의 조화가 훌륭하다. 내년 골든 글로브 코미디 뮤지컬 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