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내사랑 내곁에 (Talk To Her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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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는 기발한 스토리와 독특한 전개로 언제나 신선하고 충격적이다. 현란한 색감의 화면과 그림같은 구도, 절묘한 음악의 조화는 아름답고 빛나고 경이롭다.

 맨 발의 두 여자가 무대 위에 있다. 혼수상태인 듯한 표정으로 의자와 탁자, 벽등에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춤을 춘다. 관객석에 두 남자, 간호사인 ‘베니그노’와 저널리스트 ‘마르코’가 앉아있다. 섬세한 마르코는 춤에 감동되어 눈물을 흘린다.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다. 베니그노는 병원에 출근해서 누워있는 ‘알리샤’에게 전날 본 현대 무용에 대해 얘기한다. 알리샤는 4년 전 교통사고로 코마 상태이다. 베니그노는 알리샤를 정성껏 씻기고 맛사지하고 그녀에게 끊임없이  말을 한다. 그는 아파트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발레 학원에서 춤추는 알리샤를 보고 짝사랑하다가 식물인간이 된 알리샤의 간호를 맡았다.  

 마르코는 취재를 위해 여자 투우사 ‘리디아’를 만난다. 둘은 각자 실연의 상처가 있다. 마르코가 리디아의 집에 들어 간 뱀을 잡아주면서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리디아가 경기 도중 황소에 받혀 코마에 빠진다. 병원에서 베니그노는  마르코를 알아보고 위로한다. 사랑하는 여자와 소통하는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며 마르코에게 의식불명인 리디아에게 말을 걸라고 권한다. 알리샤가 자신의 말을 듣는다고 믿는 베니그노와 더 이상 리디아의 사랑을  느낄 수 없어 괴로운 마르코는 친구가 된다. 마르코는 리디아가 그녀의 옛 애인과 재결합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리디아는 경기가 끝난 후 마르코에게 이별을 통보하려 했다. 절망한 마르코는 리디아의 곁을 떠나고 여행중에 리디아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그 사이 베니그노는 강간 혐의로 형무소에 간다. 마르코는 베니그노를 면회한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마주하고 마르코는 베니그노의 외사랑에 연민을 느낀다. 베니그노는 사랑 영화를 보고 온 날 저녁 알리샤를 범했고 알리샤는 임신을 한다. 베니그노가 감옥에 있는 동안 알리샤는 출산을 하는데 아이는 죽고, 대신 알리샤가 깨어난다. 베니그노는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자신의 아파트를 마르코에게 남긴다. 베니그노의 아파트로 거처를 옮긴 마르코는  창문으로 보이는 발레 학교에서 알리샤를 발견한다. 깨어난 알리샤는 재활 치료와 운동을 시작했다. 무용 공연을 보러 간 마르코는 극장에서 우연히 알리샤를  만나고 눈이 마주친다.

 리디아의 투우 장면은 피를 흘리며 공격하는 검은 황소와 붉은 색 의상의 투우사의 대결이 슬로우 모션으로 아름답다. 오프닝씬  ‘피나 바우쉬’의 현대 무용과 중간 삽입된 흑백 영화로 눈이 호강한다. 단순하며 이기적이고 희생적인, 행복하고 괴롭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영화이다. 알리샤에 대한 베니그노의  사랑은 지켜보기 힘들다. 마르코와 베니그노의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은 잔잔하고 감동적이다. 화려하고 꿈같은 영상, 애잔하고 서정적인 음악, 배우들의 앙상블 모두 뛰어나다. 특히 꼼짝않고 누워있는 알리샤의 존재감은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