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내일은 맑음( Sunshine Cleaning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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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두달 넘었던 봉쇄령이 서서히 풀리는 중이다. 격리와 거리두기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고 코로나로 사망하는 부모나 조부모의 임종도 지킬 수 없었다. 우리는 질병보다 힘들게 고독과 싸운다. 세상이 어지러워도 가족이 있으면 견딜 수 있다. 가족이 힘의 근원이고 살아갈 이유가 된다.

30대 중반의 ‘로즈’에게 삶은 팍팍하다. 고등학교때는 치어리더의 꽃이고 인기도 많았지만  지금은 싱글맘으로 부잣집 청소를 하면서 산다. 동생 ‘노라’는 성질도 더럽고 걸핏하면 직장에서 해고되어 아버지 집에 얹혀 산다. 아버지는 사업을 벌인다고 설치다가 돈만 날리는 무능한 인물이다. 아들 ‘오스카’는 엉뚱한 행동으로 선생들에게 문제아로 찍힌다. 학교에서 오스카를 학습 지진아 특수반에 배치하려고 하자 로즈는 아들을 사립학교로 전학시킬 결심을 한다. 그러나 현재의 수입으로는 어림도 없다.

로즈는 고등학교때 남자 친구였던  ‘맥’과 여전히 만난다. 경찰인 맥은 유부남. 맥은 사건 현장을 청소하는 일이 보수가 좋다는 얘기를 해준다. 살인 사건 이나 자살 현장의 피투성이 난장판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돈하는 일이다. 로즈는 노라를 설득해서 함께 일을 한다. 참혹한 현장과 악취에 비위도 상하지만 사례비가 두둑하다. 희망이 생긴 로즈는 융자를 얻어서 회사용 밴을 사고 청소 도구도 바꾸고 ‘선샤인 클리닝’이라는 청소 회사를 차린다.  고독사한 노인의 집을 치우다가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노라는 딸에게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알리고 싶어한다. 로즈는 죽은 자에 대한 동정이나 관심은 안된다고 거절한다. 노라는 엄마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매가 어렸을 때 엄마는 팔목을 그어 자살했다.

로즈는 하드웨어 상점 주인 ‘윈스턴’과 친해진다.  그는 늘 장난감 모형을 조립하는데 오스카가 좋아한다. 로즈와 노라가 팀으로서 손발이 맞아 갈 무렵, 로즈의 고등학교 동창 모임과 청소 의뢰가 겹친다. 로즈는 노라에게 먼저 가라고 지시하고 동창 모임에 나가지만 부유한 동창들 사이에서 불편하다. 로즈가 모임을 떠나 청소 현장에 도착하니 노라의 실수로 고객의 집에 불이 났다. 로즈는 동생에게 비난을 퍼붓고 선샤인 클리닝은 문을 닫고 밴도 판다. 소원해진 가족은 오스카의 생일 날 다시 만난다. 할아버지, 이모, 윈스턴의 선물을 받은 오스카는 마냥 즐겁다. 로즈와 노라는 화해하고 로즈는 맥과 헤어진다. 아버지는 자신의 집을 팔아 밴을 사서 딸에게 준다. 그리고 선샤인 클리닝을 패밀리 비즈니스로 키우자고 한다. 부녀는 같이 사건 현장으로 출동한다.

피범벅 현장이나  죽은 지 며칠 되어 발견된 시신이 있던 곳도 청소가 필요하다. 대책없고 한심한 로즈와 노라, 늙은 아버지는 고단한 삶을 산다. 그런데 가족이란 이름으로 뭉치니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든든한 존재가 된다. 끔찍한 범죄 현장을 치우면서도 햇빛 쏟아지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고 탄탄한 스토리가 재미와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