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 Up in the Air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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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 영화 칼럼니스트 

미국 경기가 과연 나아지는 중일까. 여전히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의 취업은 만만치 않다. 첫 직장을 잡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오랫동안 몸담은 직장에서 하루 아침에 해고되는 일은

거의 비극에 가까울 것이다.

‘라이언’(죠지 클루니)은 카운셀링 회사의 해고 전문가이다. 일반 회사에서 직원을 내 보내야 할 때 , 그 곳에 날아가 사장이나 간부를 대신해서 당사자에게 해고를 통보한다. 라이언은 정해진 사무실이 없다. 요즘같은 불황이 라이언에게는 호경기인 셈이다. 작년에는 무려 322일 동안 출장을 다녔다. 라이언은 인종, 나이, 성별이 다른  수많은 직장인들과 마주하고 친절하고 예의있게 그들을  해고한다. 라이언의 고객은 오랫동안 성실하게 근무한 직원을 쫒아내야 하는 고용주들이다.

그는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일년 내내 밖으로 도는 라이프 스타일대로 침대와 여행 가방, 비즈니스용 수트 몇 벌 뿐인 아파트는 삭막하다. 늘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그에게는 하늘 위가 집인 셈이다. 라이언은 ‘아메리칸 에어’의 천만 마일 마일리지를 달성해서 평생 멤버가 되려는 목표가 있다.

그는 호텔 바에서 매력적인 금발 여성 ‘알렉스’를 만난다. 그녀도 매년 6만 마일을 여행하는 비지니스 우먼이다. 둘은 서로의 스케줄에서 겹치는 장소와 시간을 발견할 때마다 만나기로 한다. 본부에서는 대학을 갓 졸업한 신참 ‘나탈리’를 라이언의 조수로 임명한다. 계속되는 불황으로 기업들의 감원과 대량 해고가 이어져 회사는 날로 번창 중이다. 나탈리는 인터넷 화상 통화를 이용해서 해고를 하자는 의견을 낸다. 라이언에게 나탈리의 현장 교육이 맡겨지고 둘은 함께 출장을 다닌다.

‘세인트루이스’. 나탈리는 라이언이 한 중년 남자를 해고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남자가 충격을 받자, 남자의 이력을 훑어 본 라이언은 요리사가 되고 싶었던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을 돌린다. 나탈리는 속으로 감탄한다.

‘위치타’. 첫 번 남자는 해고 통보에 불같이 화를 낸다. 다음 사람을 나탈리가 맡는다. 중년의 여자는 다리에서 뛰어 내리겠다고 협박한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다른 도시들을 돌면서 직원들을 해고하는데 나탈리는 갈수록 이 일이 힘들고 어려워진다.

라이언과 알렉스는 ‘마이애미’에서 재회하고, 알렉스가 좋아진 라이언은 여동생의 결혼식에 알렉스를 데려간다.

회사는 인터넷 화상을 통한  해고 시스템을 도입하고, 라이언은 할수없이 회사 컴퓨터 앞에서 화면을 보고 사람들을 해고한다. 라이언은 알렉스가 유부녀임을 알고 헤어진다.

마침내 천 만 마일의 비행기록을 달성한다. 자신이 해고한 여자가 정말로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하자 나탈리는 회사를 떠난다. 회사는 인터넷 해고 방식을 없애고 라이언은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도시들을 돌면서 직접 사람들을 만난다.

누군가를 해고하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라이언은 불편하고 비정한 이 일을 해내는 자신의 직업에 당당하다. 영화는 해고 당하는 사람들의 좌절과 불행을 맨 얼굴로 드러낸다. 그렇다고 비극적이지 않다. 라이언의 스케줄대로 따라가다 보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게 된다. 늘 여행하는 라이언은 집이나 소지품에 애착을 두지 않는다. 그의 삶이 자유롭기는 하지만 인간 관계에서 진정한 소통이 없는 것은 슬프다. 사람들을 내보내고 관계의 단절을 집행하는 그에게는 비행기 안이 가장 평화로운 공간일 것이다. 여러 도시들의 모습이 유쾌하고, 등장 인물들의 재치있는 대사가 공감과 웃음을 주는 재미있고 수준높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