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너는 내 이웃  (Gran Torino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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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시카고>

 

도날드 트럼프가 미국의 45대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는 동안, 백악관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LGBT, 기후 변화, 헬스 케어, civil liberties 페이지가 사라졌습니다.

접속하면 찾을 수 없다고 나오거나 다른 타이틀이 뜹니다(1월 21일 현재).

미국이 다시 위대하게 될 수 있을까 회의가 들면서 생각나는 영화가 있습니다.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한국전 참전 용사로 평생을 포드 자동차에서 일했습니다. 그에게 세상은 못마땅한 것들 투성이입니다. 아내의 장례식도 그렇습니다. 아들 가족들은 죽은 자에 대해 별로 슬픈 기색이 없고, 틴에이저 손녀는 배꼽이 드러난 복장에 피어싱까지 하고 참석했습니다. 신학교를 갓 졸업한 신부는 어설픈 조사나 하고 죽은 아내의 소원이라며 월터에게 고해 성사를 권유합니다.

혼자가 된 월터는 집 안팎을 수리하고 잔디를 깎고 맥주를 마십니다.

오래 전에 상으로 받은 포드의 72년도 ‘그랜 토리노’를 닦고 조이고 관리하는 게 유일한 낙입니다.

한 때 번영의 상징이었던 디트로이트는 이제 한물 간 쇠락의 도시입니다. 언제 부터인가 이민자들로 채워지고 공장은 폐쇄되고, 동네마다 온갖 인종의 갱들로

시끄럽습니다.

월터의 이웃에는 몽족 소년 ‘타오’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월터의 눈에 그들은 고장난 지붕도 안 고치는 게으른 동양인들 입니다. 타오는 누나인 ‘수’, 과부인 엄마, 할머니와 삽니다. 겁많고 내성적인 타오는 사촌이 속해 있는 몽족 갱들의 협박으로 월터의‘그랜 토리노’를 훔치려다가 그에게 들켜 쫒겨 납니다. 그리고 갱들에게 맞서다가  집 앞에서 집단 폭행을 당합니다.

타오 식구들의 비명 소리에 월터는 라이플을 들고 나타나 갱들을 쫒아 냅니다.

이 일로 타오네와 주변의 몽족 이민자들 사이에 월터는 영웅으로 떠오릅니다. 타오의 누나 수가 월터를 자기 집 파티에 초대합니다.  몽족 사이에서 그들의 음식을 먹으며 월터는 문화의 차이에 흥미로워 합니다.

한편 타오는 잘못을 속죄받는 의미로 월터를 위해 매일 일을 하러 옵니다. 월터는  마을 청소를 시키고 건설 현장의 일을 가르치면서 서서히 타오에게 마음을 열고 그의 멘토가 되어갑니다. 기침을 하다가 피를 토하던 월터는 의사를 찾아가고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걸 알게 됩니다.

갱들은 다시 타오를 습격해서 폭행을 하고 담배불로 얼굴에 화상을 입힙니다.

화가 난 월터는 그 중 한명의 집을 찾아가 늘씬하게 패주고 경고를 합니다. 갱들은 차를 몰고 타오의 집 앞을 지나면서 무차별 총격을 하고 타오는 목에 부상을 입습니다. 그들은 수를 납치해서 죽도록 구타하고 집단 강간을 한 후에 길 거리에 버립니다.  그래도 타오네 식구들은 갱들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참상을 목격한 월터는 분노로 치를 떱니다.

이튿날 타오는 복수하러 가겠다고 합니다. 월터는 타오를 달래서 오후에 다시 오라고 돌려 보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목욕을 하고 이발을 하고

양복도 새로 삽니다. 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신부를 찾아가 고해 성사를 마칩니다.

그리고 자기가 기르던 늙은 개도 수의 할머니에게 맡깁니다. 약속 시간에 타오가

왔습니다.  월터는 한국전 때 받은 실버 스타 훈장을 타오에게 주고는 그를

지하실에 가둡니다.

월터는 마침내 갱들의 집 앞에 홀로 나타납니다. 당연히 갱들은 긴장을 하고 그에게 맞섭니다. 월터는 총격과 강간 사건을 폭로하면서 그들을 모욕합니다. 갑작스런 소란에 온 이웃들이 창 밖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게 됩니다. 월터는 담배를 입에 물고 한 손을 자켓 안에 집어 넣습니다. 그리고 손을 빼는 순간, 갱들의 총구가 한꺼번에 월터를 향해 발사됩니다. 쓰러진 그의 손에 지포 라이터가 쥐어 있습니다.

수와 타오가 현장에 나타났을 때 갱들은 전부 경찰에 체포되어 끌려 갑니다.

무기도 안 가진 시민을 총격한 죄로 확실하게 죄 값을 치룰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번에는 마을 주민들이 전부 증인이 되었습니다.

월터의 장례식 날, 타오는 훈장을 달고 수와 함께 참석합니다. 젊은 신부는 진정어린 조사로 월터를 애도하고 조문객들은 감동합니다. 그리고 타오는 월터의 ‘그랜 토리노’를 상속받습니다.

이민자들을 무시하는 전형적인 미국 노인 월터와 열 여섯 살 몽족 소년 타오는 이상한 조합의 이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차를 훔치려던  타오를 가르치고 격려하고 보호하는 월터는 든든한 아버지 같습니다. 타오 남매를 위해 자신을 총알 받이로 희생시켜 악당들을 확실하게 쓸어버립니다. 눈물이 나는데도 속이 시원했습니다. 역시나 미국은 정의의 나라 아닙니까.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