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다크 워터(Dark Water 2019)

4141

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문명이 발달하고 삶이 편해질수록 환경 오염과 생태계의 파괴가 심해진다. 일상에서 무심히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들은 영원히 썪지않는 쓰레기가 되어 지구 전체를 덮는 중이다.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은 암과 질병에 시달린다. 2016년 뉴욕 타임즈 매거진에 실린 “듀퐁 최악의 악몽 변호사”(The Lawyer Who Became DuPont’s Worst Nightmare)를 토대로 만든 영화가 있다. 세계 최대 기업인 듀퐁사가 수많은 사람과 가축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화학물질 PFOA를 공장이 있는 웨스트 버지니아  파커스버그의 강에 대량 폐기해 온 사실을 밝히고, 피해자들 편에서 싸운 ‘로버트 빌롯’의 이야기이다.  듀퐁이라는 거대 공룡을 상대로 고독하고 힘든 투쟁을 해온 로버트는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자신의 커리어, 가족, 미래까지 위험에 처한다. 어벤져스 헐크의 ‘마크 러팔로’가 양심적이고 용감한 로버트를 묵직하고 감동적으로 연기한다.

1998년 신시내티 오하이오.  회사의 디펜스 변호사 로버트는 고향  할머니의 지인 농부 ‘윌비’의 방문을 받는다. 윌비는 190마리의 소를 잃고, 이상하게 변형된 소들의 장기를 찍은 테이프를 증거로 로버트에게 건넨다. 윌비는 목장 근처에 있는  듀퐁 공장이 뿜어내는 연기와 강에 버리는 폐기물 때문이라는 의심을 한다. 윌비의 목장을 방문한 로버트는 눈앞에서 소가 미쳐서 날뛰다가 죽는 모습을 목격한다. 주민들의 치아가 검게 변색하고 마을 사람들은 온갖 암에 걸려있다.  회사에 돌아 온 로버트는 상사인 톰에게 남는 시간에 윌비를 돕겠다는 허락을 받는다.  로버트는 화학 물질에 대한 자료를 얻기 위해 듀퐁을 상대로 소송에 들어가고 듀퐁은 한꺼번에 수백 상자의 자료를 보낸다. 로버트는 산같이 쌓인 자료 더미와 씨름하다가PFOA 라는 명칭을 발견한다.

PFOA는 인간이 합성한 물질로 테프론의 원료. 원래 탱크를 만들기 위한 재료였는데 전쟁이 끝나자 내수로 눈을 돌린 회사측에서 카펫, 후라이팬등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해 왔다. 듀퐁사 자체의 실험에서 이미 사람과 동물에게 암을 유발하고 기형아가 태어날 위험을 경고했지만 회사는 그 사실을 은폐했고 계속해서 대량의 독성 폐기물을 공장 인근의 강에 버려왔다. 듀퐁 공장의 생산 라인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은 암에 걸렸고 임신한 여직원들은 기형아를 출산했다. 남편과 아들들이 대부분 듀퐁의 직원인 주민들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윌비와 로버트를 못마땅해 하고 암에 걸린 윌비는 로버트에게 정의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사망한다.

로버트는  전체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의료 비용을 위해서 집단 소송에 들어간다. 7000명의 주민들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서 제3연구실에게 분석을 요청한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듀퐁의 방해와 거짓말이 계속되고 병든 주민들은 죽거나 포기한다. 로버트는 회사에서 감봉 조치를 받고 스트레스로 쓰러진다.

7년이 지나고 결과가 밝혀진다. PFOA는 치명적인 독성으로 혈액 채취자들은 온갖 암에 걸렸거나 암 유발 인자를 갖게 되었다. 듀퐁이 끝까지 승복하지 않자 로버트는 피해자들과 개인별 소송에 들어가 듀퐁과 싸운다. 듀퐁은 결국 6억7천백만달러로 피해 보상을 마무리 한다. 그리고PFOA는 지구상 생명체 99%의 몸 속에 존재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집에서 쓰던 논스틱 후라이팬을 버리고 스테인레스로 바꿨다. 몰랐던 사실을 알고 마음이 무겁다. 오염된 공장 마을 주민들의 삶이 사실적이라서 무섭다. 배우들의 연기는 현실적이고 그 어떤 스릴러물보다 긴장과 분노와 경각심을 준다. 영화의 힘을 생각한다. 불편한 진실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