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던커크(Dunkirk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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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김 영화 칼럼니스트

영화를 좋아하지만 전쟁 영화의 팬은 아니다. 그럼에도 손으로 꼽는 명작들 중에 전쟁 영화가 몇편 있다. 주로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한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핵소 리지(Hacksaw Ridge)’는 2차대전 당시, 집총을 거부하고 의무병으로 전투에 참가해서 무려 75명의 생명을 구한  ‘데스몬드 도스’의 실화이다.  전쟁의 참상이 적나라 하고 묵직한 감동이 오래 남는 수작이다.

한편 영국군과 연합군 33만8천명이 프랑스 에서 철수하는 내용인  ‘던커크’는 특이하다. 전쟁 영웅도 무찔 러야 할 적군도 안 보인다. 젊고 어리숙한 대부분의 병사 들이  오직 살기 위해 도망치고 헤엄 치고 배에 기어오른다. 영화는 해변 잔교에서의 일주일, 바다에서의 하루, 공중 에서의 1시간이라는 독특한 서술 방식으로 풀어가는 데, 후반부에 들어가면 이 세 시점이 합쳐지면서 클라이막스를 향한다.

1940년 5월.  영국군을  포함한  연합군40만명은 독일군 에게 쫒겨 프랑스  ‘던커크’ 해변으로 내몰린다. 부상당하고 지친 병사들은그들을 탈출 시킬 배를 기다린다.  모래사장부터 배 입구까지 이어지는 긴 다리 위에 수만명의  병사들이 개미떼처럼  몰려있다. 사령관 ‘볼튼’은  적어도 3만명의 병사들을 탈출시키려고 한다. 영국 병사 ‘토미’는  해변에 도착하고 같은 처지의 ‘깁슨’을 만난다. 병사들을 잔뜩 실은 배가 출발하는 데 독일 전투기의 공습을 받고 가라앉는다. 토미와 깁슨은 물에 빠진  병사 ‘알렉스’를 구한다. 셋이서 다음 배에 오르지만 어뢰를  맞고 침몰한다. 토미와 알렉스는 몇 번의 위기를 겨우 넘기고살아남는다.

바다. 던커크의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 영국의 모든 개인 선박과 요트들이 동원된다.  작은 요트 ‘문스톤’호  주인 ‘도슨’은  10대 아들과 그 친구를 데리고 던커크로 배를 몬다.

하늘. 세 대의  ‘스핏파이어’ 전투기가 던커크로 향한다.  리더인 ‘파리에’와  동료  ‘콜린스’는 독일 전투기 들을  공격한다. 도중에 파리에의 계기판이 고장나지만  파리에는  비행을 계속한다. 콜린스의 비행기는  바다에 추락하고 도슨에게 구조된다.

던커크 해변에  크고 작은 영국 민간인 배들이 떼를 지어 도착한다.  그들은 검은 기름과 불길에 덮인 바다에서  닥치는대로 병사들을 구한다. 토미와 알렉스는  도슨의 배에 올라 탄다. 파리에는  마지막 독일 전투기까지 격추시켜 구조선들을 보호하고 연료가 바닥난 채 적지에 불시착한다. 던커크에 남아있던  사령관은 33만 8천명의 병사가 구출 되었다는 보고를 받는다.  처음 기대했던 3만명의 열배가 넘는 숫자이다.

70%를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은 촬영 덕에 관객들은 영화 내내 병사들이 겪는 모든 종류의 공포와 절망을 생생하게 느낀다.  불 붙는 배에서 탈출하고 차가운 바닷속에서 익사 직전까지 가고,  하늘 꼭대기 협소한 조종석에서  현기증을 느끼며 파일럿과 함께 수직으로 하강한다.  대담하고 현란한  촬영, 무명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 음악, 편집등 모든 분야 에서 뛰어난 훌륭한 작품이이다.

영국으로 돌아 간 병사들이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에 당황 하자 한 노인이 말한다.

“살아 돌아 온 것만으로 충분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