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디어 엑스 ( Dear Ex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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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족의 민낯과 마주하게 된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관계인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알고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

타이완의 서민 아파트에 엄마 ‘산리안’과 단 둘이 사는 열세살 소년 ‘청시’. 게이인 아버지는 애인과 살기 위해 엄마와 아들을 버리고 떠났다. 산리안은 홀로 일하면서 청시를 키우는 데 남편에 대한 배신감으로 히스테리와 잔소리가 심하고 걸핏하면 신세타령을 해서 청시를 숨막히게 한다. 남편이 사망하고 생명보험 수혜자가 아들 청시가 아닌 남편 애인 ‘재이’라는 걸 알고 분노한 산리안은 청시를 데리고 재이의 아파트로 쳐들어간다. 좁고 난장판인 재이의 아파트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지만 유들유들한 재이는 눈도 깜짝 안한다. 보험금은 법적 아내인 산리안이 서류에 포기 서명을 해주어야 지급될 수있다. 청시는 엄마가 자신의 소지품인 아버지의 사진과 편지들을 없앤 것을 알자 집을 나와 재이 아파트로 간다.

산리안은 펄쩍 뛰고 재이도 황당하긴 마찮가지지만 청시는 꿈쩍도 안한다. 청시는 재이와 지내면서 그를 통해서 아버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아버지 ‘장유안’은 따뜻하고 섬세한 성품의 대학 교수였다.  17년전 지역 극단의 연극 “발리”에서 음악과  소리를 담당했다. 당시 새내기 연출가였던 젊은 재이는 한눈에 장유안에게 반하고 두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비밀일 수 밖에 없는  둘의 사랑은 가족에게도 알릴 수 없다.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원하던 장유안은 재이를 떠나 산리안과 결혼한다.  산리안은 다정하고 섬세한 남편을 사랑했다. 재결합한 장유안과 재이는 비로소 행복하지만 장유안이 병이 들고 재이는 마지막까지 장유안을 극진히 돌본다. 재이는17년전 연극 “발리”를 다시 무대에 올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없는 예산에 고군분투하는 재이를 보면서 청시는 그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짐작한다. 산리안도 연극을 보면서 죽은 남편의 호흡을 느낀다. 남편의 간이식 수술을 위해 재이가 고리대금 업자에게  돈을 빌려 고초를 겪는 것을 알게 된 산리안은 생명보험 포기 서류에 싸인을 한다.

13살 소년의 눈에 비친 세명의 어른들은 불완전하고 절망하고 쉽게 상처받는다. 본인도 불안한 13살 청춘이 제멋대로인 어른들을 이해하는 과정이 웃기고 눈물난다. 배신한 남편의 애인, 죽은 애인의 전처와 그의 아들, 엄마와 아버지의 애인. 기상천외의 조합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사랑과 연민과 이해로 이어진다. 타이완의 서민 주택가, 길거리, 뒷골목, 시장들이 울퉁불퉁하고  형형색색으로 펼쳐지는 촬영이 유려나고 음악도 좋다.  날 것의 생생함이 살아있는 스토리에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넷플릭스에서 상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