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디즈니씨, 메리 포핀스 영화를 만들겠다구요? (Saving Mr. Banks,2013)

1952

조이 김 영화 칼럼니스트

 

극장에서 디즈니의 신작 ‘미녀와 야수'( Beauty and the Beast)를 보았습니다.  1991년에 만들어진 명작 장편 애니메이션의 실사판 입니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영화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아이들 보다 어른 관객이 더 많습니다. 디즈니 영화의 놀라운 상상력과 실력에 그저 감탄할 뿐입니다.

또 다른 걸작 영화 ‘메리 포핀스’가 생각납니다. ‘메리 포핀스’를 만든 디즈니의 열정과 작가에 관한 훌륭한 영화를 소개합니다.

1961년 런던.  ‘파멜라 트래버스’는 ‘메리 포핀스’ 시리즈로 오래전에 세계적인 작가의 명성을 얻었지만 근래들어 책 판매가 부진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합니다. 살고있는 집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가 되자 그녀의 에이전트는 ‘메리 포핀스’를 영화화 하고 싶어 하는 ‘월트 디즈니’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합니다.

월트는 딸들이 좋아하는 ‘메리 포핀스’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 20년 동안 파멜라에게 러브콜을 보내왔습니다. 디즈니가  손을 대면 원작의 의미가 손상될 까 싶어 거절을 해왔지만, 파멜라는 일단 LA에 가서 월트를 만나기로 합니다. 애니메이션은 절대 안되고 모든 대본은 작가인 자신의 승인을 받기로  사전 조율을 합니다. 자존심 강하고 까다로운 파멜라가 LA의 디즈니 스튜디오에 도착하자 사장인 월트와 극작가, 영화 음악을 담당한 ‘슈만’ 형제가 극진한 환대를 합니다. 파멜라는 디즈니사에서 마련해 준 고급 호텔에 묵으면서 매일 스튜디오에 나와 자신의 작품을 영화로 바꾸는 과정에 참여합니다.

파멜라는 디즈니사를 우스꽝스러운 만화 영화나 만드는 곳으로 생각합니다. 자신의 작품이 가벼운 상업용 영화가 될까 봐 일일이 간섭합니다.  특히 소설 속 ‘미스터 뱅크스’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날카롭게 반대합니다. ‘뱅크스’의 콧수염까지 제작진과 대립하고 노랫말 단어 하나까지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영화는 파멜라의 어린 시절과 현재를  넘나들면서 그녀가 왜 이렇게 ‘메리 포핀스’를 아끼고 집착하는 지를 보여줍니다.

1906년 오스트레일리아. 어린 파멜라는 감성적이고 문학적인 아버지 ‘트래버스’와 엄마, 동생 둘과 행복합니다. 아버지는 딸을 무척 사랑하고 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버지의 음주벽이 갈수록 심해지고 가족들은 황폐한 마을의 낡은 집으로 이사합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책을 읽고 공상을 즐기는 파멜라는 아버지를 동경하지만, 아버지는 술 때문에 직장에서 쫒겨나고 병까지 얻습니다. 여린 성품의 엄마는 남편의 간호와 자식들 돌보기가 힘에 벅차 ‘엘리’ 이모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엘리’ 이모는 앵무새 머리 손잡이 우산과 커다란 가방을 들고 도착합니다. 즉시 집 안팎을  청소하고  아이들을 훈육하고 병든 아버지 수발을 하면서 집안을 바로 잡습니다. 어린 파멜라의 눈에 이모는 못하는 것이 없고 믿을 수 있는 어른입니다. 훗날 엘리 이모는 ‘메리 포핀스’로 재탄생해서 수많은 독자들을 열광시킵니다. 아버지가 죽고 작가가 된 파멜라는 필명을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트래버스’로 짓습니다.

월트는 파멜라의 아버지에 대한 아픈 기억과 사랑을 알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디즈니랜드’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부와 명성을 누리는 월트도 신문 배달을 하면서 아버지에게 맞고 살았던 가난한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월트는 그래도 아버지를 사랑한다며 원작을 손상시키지 않고 ‘메리 포핀스’를 훌륭한 영화로 만들겠다고 약속합니다. 월트의 진정성에 파멜라는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드디어 영화가 완성됩니다.

1964년 LA.  ‘메리 포핀스’의 프리미어가 열리고 파멜라가 참석해서 관객들과 함께 웃고 울면서 영화를 봅니다. 영화속 ‘미스터 뱅크스’가 식구들과 노래부르며 연을 날리고 파멜라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아버지의 모습을 봅니다.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메리 포핀스’의 탄생 비화를 다룬 사실적이고 재치있고 아름다운 걸작입니다. 연기파 배우 ‘엠마 톰슨’의 까칠하고 지성적이며 고집스러운 파멜라는 연민과 감탄을 자아내고 ‘탐 행크스’는 어린 시절 흑백 텔레비젼에서 보던 월트 아저씨가 살아난 것 같습니다. 당시의 디즈니랜드  풍경과 의상이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주옥같은 명곡 들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화면, 연기, 소품, 음악이 멋진 조화를 이루는 뛰어난 수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