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미드웨이(Midwa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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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베테런즈 데이 주말인 10월8일 개봉한 “미드웨이”를 보았다. 1996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인디펜던스 데이”와 ‘멜 깁슨’이 주연해 역시 호평을 받은 “더 페이트리어트”를 만든 대작 전문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감독의 열정어린 작품이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준비로,  일본의 진주만 습격이후 열세에 몰렸던 미국과 전 세계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전투의 이야기를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했다.

영화는 2차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도쿄에 주둔하는 미해군 무관, 정보 장교 ‘레이튼’과 일본측 ‘야마모토’제독과의 대화로 시작된다. 하버드에서 수학하기도 한 야마모토는 일본이 석유 공급이 부족할 경우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암시한다. 1941년 12월 7일 아침, 일본의 대대적인 진주만 공습이 펼쳐진다. 평화롭던 기지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막대한 인명과 군함, 전투기들을 잃는다. 이후 미국은 결국 2차대전에 참가하게 된다.  진주만에 새로 부임한 ‘니미츠’제독은 미 해군의 전투력이 모든 면에서 일본보다 열세에 있는 것을 파악한다. 정보장교 레이튼과 암호 전문가 ‘조셉 로슈포트’를 필두로 암호 해독반 팀들은 일본측 교신 내용을 입수하고 그들의 다음 공격지와 공격 날짜를 파악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한다.

엔터프라이즈 항공모함에는 ‘딕 베스트’, ‘맥클러스키’를 비롯한 노련하고 용감한 파일럿들이 신참 비행사들과 함께 공습에 나선다. 1942년 4월 ‘둘리틀’이 이끄는 비행 중대가 도쿄 공습을 감행한다. 천황이 대피하고 일본 제국의 자존심을 흔든 사건이 되는데 일본은 이후, ‘코랄 해’로 전투 방향을 바꾼다. 둘리틀과  동료들은 연료 부족으로 일본 점령하에 있는 중국에 떨어지고 중국인들의 도움을 받는다. 로슈포트와 해독반팀들은 일본측이 ‘AF’라 부르는 다음 공격지가 ‘미드웨이’라고 판단한다. 레이튼은 즉각 니미츠제독에게 보고하지만 워싱턴은 다르게 판단한다. 레이튼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일본군의 다음 공격 장소와 날짜를 그동안의 정보를 토대로 결정하고 니미츠제독은 그에 따라 작전 명령을 내린다.

6월 4일, 일본은 미드웨이 공격에 나선다. 그리고 일본과 미군 조종사들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고도를 높였다가 거의 수직으로 하강하면서 마지막 순간에 일본 항공모함에 폭탄을 투하하는 전투기들을 보는 것은 가슴이 쫄아들고 침이 마르고 심장이 쿵쾅거린다. 수많은 전투기들이 일본측 공격에 추락하고 폭발하면서 사라진다. 가까스로 모함에 돌아온 베스트는 칠판에 적힌 사상자들의 명단을 보고 절망한다. 절반 이상의 동료들이 돌아오지 못했다. 다음날 베스트는 남아있는 조종사들을 데리고 마지막 비행에 나선다. 겨우 20대 초반인 조종사들은 두려워하고 눈물도 흘린다. 베스트와 신참 동료는 초인적인 용기로 적기들을 떨어트리며 일본 항공모함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한다. 얼마 안되는 조종사들의 목숨 건 사투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일본 해군은 결국 미드웨이에서 퇴각한다. 이후로 전쟁의 판도가 바뀌고 미국과 연합군의 승리를 이끄는 초석이 된다.

영화 엔딩에는 실존 인물들의 사진과 업적이 나온다. 영화속 등장인물들이 모두 미드웨이 해전에 직접 참여했다. 오래전에 본 ‘펄 하버’와 비교가 된다. 조종간을 잡고 싸운 파일럿들 못지 않게 어두운 사무실에서 24시간 적의 교신을  탐지하고 해독한 해독팀들의 헌신과 활약을 알게 된것도 새롭다. ‘우디 해럴슨’, ‘데니스 퀘이드’같은 관록있는 배우들과 ‘에드 스크레인’, ‘패트릭 윌슨’, ‘아론 에크하트’같은 개성있는 배우들에 젊은 ‘닉 조나스’까지 여러 배우들의 다양한 연기 앙상블도 훌륭하다. 박진감 넘치는 촬영, 역사 공부와 함께 묵직하고 장엄한 음악도 좋다. 특히 일본측 인물들도 공정하게 묘사했다. 두 일본 배우가 기품있고 진중한 연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