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바다 사이의 불빛(The Light Between Oceans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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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90도까지 올랐던 독립기념일에 하필이면 에어컨이 고장났다. 휴일이라 사람을 부를 수도 없어서 꼼짝없이 더위를 견뎌야했다.

다음 날 도서관에서 영화를 빌렸다.  더위먹은 후라서, 순전히 제목때문에 집었지만, 2년전 극장에서, 거대하고 아름답고 고요한 바다를 보았던 기억이 나서다.

1차세계대전 참전 용사인 ‘톰’은 호주 서해안 외딴 섬 “재너스 락”의 등대지기로 자원한다. 동료들은 죽고 혼자서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과 전쟁 트라우마를 지닌 채, 스스로를 격리시킨다. 몇달 후, 톰은 마을에서 젊고 발랄한 ‘이자벨’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서 함께  등대 섬에서 가정을 꾸린다. 몇달에 한번씩, 본토 에서 보트로 식료품과 생필품을 공급해주고, 톰은 꼼꼼하게 등대 일지를 기록하며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 서로 사랑하는 부부는 고독한 섬 생활도 행복하다.  아기를 기다리던 이자벨은 두번이나 유산을 한다.  어느 날 작은 보트가 해변으로 떠밀려 온다.

보트안에는 숨이 끊어진 남자와 갓난 아기가 울고있다. 톰은 남자를 묻어주고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려고 한다.  이자벨은 여자 아기를 키우겠다고 고집한다. 톰은 거듭된 유산으로 절망과 슬픔에 빠졌던 이자벨의 간절한 소원을 물리치지 못한다. 부부는 아기에게 ‘루시’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정성껏 키운다. 루시가 세례를 받기위해 식구들이 본토로 나간 날, 톰은 마을의 묘지에서, 남편과 딸의 비석앞에서 슬퍼하는 ‘한나’를 본다. 마을 유지의 딸인 한나는 독일 남자 ‘프랭크’와 사랑에 빠진다. 전쟁 직후라서 마을 사람들은 독일에 대해서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둘은 결혼해서 딸 ‘그레이스’를 낳는다.  술취한 마을 사람들이 프랭크를 위협하던 날, 프랭크는  딸을 안고 보트를 타고 바다로 피신한다. 그리고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나는 남편과 딸이 바다에서 죽었다고 생각한다.

루시가 한나의 딸 그레이스임을 알게 된 톰은 딸을 친엄마에게 돌려주려고 하지만 이자벨이 완강히 반대한다. 다시 섬으로 돌아간 세식구는  평화롭고 행복하게 산다.  등대 개설 40주년 기념식에서, 톰과 이자벨은 후원자,로 참석한 한나와 만난다. 한나는 4살이 된 루시를 보면서 자신의 딸을 그리워한다. 톰은 아기를 발견했을 때 있었던 딸랑이와 딸이 잘있다는 편지를 한나에게 남긴다.

한나는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한다. 톰은 모든 일이 자신이 주도한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하고, 루시는 한나에게 보내진다. 경찰 조사에서 톰은 프랭크의 살인죄로 심문을 받게된다. 루시를 돌려 보낸 것에 대한 분노로 이자벨은 남편을 위한 증언을 거부한다.

톰이 재판을 받기위해 호송되는 날, 남편의 극진한 사랑을 깨달은 이자벨은 남편의 결백을 밝힌다.  세월이 흐르고 어른이 된 루시는 자신의 아기를 데리고 톰을 방문한다. 톰은 죽은 이자벨의 편지를 루시에게 전한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 속  바위투성이 섬은 등대와 오두막, 작은 정원까지 자연환경 그대로 완벽한 캐릭터이다.

엄격하고 섬세한 톰과 감정적이고 불같은 이자벨의 사랑, 자식을 잃은 두 엄마의 모성과 절절함도 마음을 움직인다. 영상미 빼어난 촬영과 영화음악의 거장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아름답고 처연한 음악이 오랫동안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