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사랑하기 위하여(The Painted Veil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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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1925 년 런던.  지적이고 온화한 세균학자 ‘월터’는 파티에서  아름답고 활달한 ‘키티’를 만나 첫 눈에 반한다. 세속적이고 놀기 좋아하는 키티는 간섭이 심한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월터와 결혼한다. 월터는 전염병 연구의 책임자로서 영국 정부의 실험실이 있는 상하이로 발령난다. 런던 사교계를 주름잡던 키티에게  중국에서의 생활은 따분하고 답답하다. 월터는 아내를 사랑하지만 표현을 못 하고 원래 사랑없이 결혼한 키티는  일만 하는 남편에게 정이 가지 않는다. 그러다가 핸섬한 외교관 ‘찰리’가 키티를 유혹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빠져든다.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월터는 키티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부정으로 인한 이혼은 키티에게 치명적이다. 키티는 찰리가 자신을 받아들여 줄것을 기대하지만 찰리는 거절한다. 월터는 이혼을 거두는 대신 콜레라가 휩쓸고 있는 ‘메이탄푸’에 함께 갈 것을 요구한다. 키티의 배신에 상처입은 월터가 일부러 위험한 지역에 자원했다. 육로로 꼬박 2주가 걸리는 힘든 여정 끝에 도착한 메이탄푸, 숙소는 마을에서 떨어져 있고 허름하다. 월터는 키티를 내버려 둔 채 매일 환자를 돌본다. 요리사와 중국인 군인을 빼고 사람들과 교류도 없다. 월터는 키티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 키티가 외롭고 힘들어하는 걸 알면서도 모른체 한다.  키티는 남편의 클리닉이 있는 마을에 나갔다가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마을 사람들을 보고 고아원에서 봉사를 시작한다. 매일 고아원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고 노래를 가르치고 반주를 한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생겨나고 삶에 보람을 느끼게 된다.  또 키티는 남편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전염병과 싸우는 월터의 고결한 인품과 열정에 감동한다. 그리고 남편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월터도 고아원에서 봉사하는 아내를 새롭게 바라보며 그녀에 대한 변치않는 사랑을 느낀다. 키티가 임신을 하고 아기 아버지가 누군지 확신을 못해 괴로워하지만 월터는 진심으로 기뻐한다. 월터의 노력으로 콜레라가 잡히는 가 싶더니 갑자기 늘어난 환자들이 마을로 쏟아져 들어온다. 밤낮으로 일하던 월터는 콜레라에 걸리고 키티는 남편을 지극히 간호하지만 결국 숨을 거둔다. 5년후 런던, 아들과 길을 걷던 키티는 우연히 찰리와 조우한다. 다섯 살 먹은 소년을 보고 찰리는 다시 만나자고 청하지만 키티는 단번에 거절하고 돌아선다.

‘서머셋 모옴’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1920년대의  중국 내륙 지방과 콜레라가 창궐하던 당시의 삶이 세밀하게 펼쳐진다.  웅장한 기암 절벽들, 그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강, 양산을 쓴 채 배를 타고있는 주인공 부부, 푸르스름한 배경까지 화면이 수채화처럼 곱고 섬세하다. 월터와 키티는 결혼의 의미도 모른 채 부부가 되었다. 각자 다른길로 가다가 낭떠러지 앞에서 만난다. 서로 원망하고 상처받고 분노하지만 뛰어내리는 대신 보폭을 맞추면서 함께 걸어 나간다.  그렇게 사랑도 성숙해 가고 용서와 회복이 찾아온다. 전염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요즘 고전이 주는 감동과 성찰이 있다.

아름다운 촬영,  탄탄한 스토리, 서정적인 음악까지 조화롭고 재미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