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스틸 라이프(Still Life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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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딸이 미국에서 코로나 레드존인 뉴욕 브루클린에 산다.  뉴욕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매일 쏟아져 나오는 곳. 전화로 안부를 물으면 자기는 잘하고 있으니 엄마나 조심하란다. 부모나 배우자가 코로나로 응급실에 들어간 경우 면회는 물론 임종시에도 가족들이 환자를 볼 수 없다. 타주에 식구들이 있으면 장례식도 참석 못한다. 죽는 순간 곁에 아무도 없고 땅에 묻힐 때도 혼자라면 세상에 이보다 더 슬프고 쓸쓸한 일이 있겠는가.
모두가 각자의 집에서 격리된 오늘, 고독과 잊혀진 삶, 잊혀진 죽음에 관한 고요하고 강렬한 영화를 소개한다.
‘존 메이’는 런던 ‘케닝턴’ 타운 홀 의 공무원이다. 관할 구역에서 고독사가 발생하면 죽은 자의 유품들을 수집해서 가족이나 친지를 찾아 사망 소식을 알리고 장례 절차까지 집행한다. 20여년동안 이 업무를 진행헀지만 대부분은 망자의 가족을 전혀 못찾거나 가까스로 혈연 관계를 찾아도 유품 인수를 거부하고 장례식도 참석하지 않는다. 존은 망자의 낡은 사진첩과 편지, 일기들을 토대로 그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조사를 쓰고 혼자 장례식에 참석하고 묘지에 묻히는 순간도 함께 한다. 존은 대부분 병들고 가난하고 지독하게 외로웠을 타인의 마지막을 애정과 예의를 갖춰서 정성껏 마무리 해왔다. 성실하고 꼼꼼한 존의 업무 스타일은  시간과 경비를 상당히 축내고 효율성을 따지는 상사는 그를 해고한다. 해고 당일 존의 아파트 맞은 편에 살던 남자가 홀로 죽고
존은 마지막 임무를 위해 죽은 ‘빌리 스톡’의 사진들과 기록을 통해 그의 가족을 찾아 나선다. 빌리가 일했던 공장 사진을 보고 공장을 찾아가 옛동료를 만나고 그에게서 과거 빌리의 여자들에 관한 얘기를 듣는다. 존은 빌리의 옛애인을 만나 그가 한때 감옥에 있었다는 정보를 받고 감옥을 찾아가고 딸이 보낸 편지를 보고 딸의 이름과 주소지를 알아내 만나러 간다. 빌리의 군대 동료를 만나고 그를 기억하는 홈리스들까지 찾아간다. 빌리를 아는 사람들에게 장례식 참석을 부탁하지만 모두 거절한다. 존은 모은 자료를 토대로 빌리의 조사를 작성한다. 빌리의 딸 ‘켈리’가 장례식에 참석한다는 연락을 받고 그녀를 마중 나간다. 아버지를 위해 정성껏 관과 묘지 위치를 고르고 설명하는 존에게 켈리는 호감을 느끼고 장례식후 차를 같이 하자고 초대한다. 존은 켈리에게 줄 작은 선물을 사서 돌아가다가 버스에 치여 사망한다. 존이 죽은 후 아무도 존의 가족이나 친지를 찾아주지 않는다. 빌리의 장례식날, 존이 만났던 빌리의 옛애인들, 딸, 군대 동료들, 홈리스 친구들까지 전부 참석한다. 빌리의 관이 땅에 묻힐 때 가까운 곳에 존의 관도 묻힌다.
2013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 작품상 포함 4개의 상을 수상했다. 섬세하고 절제된 영상미가 뛰어나고 과묵하고 조용한 존의 표정은 가슴을 울린다. 세상에 의미없는 삶은 없다. 아무도 찾지 않는 존의 무덤에 그동안 그가 장례를 치뤄 주었던 수많은 망자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는 마지막 씬은 충격과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