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아이 러브 독 (Isle of Dog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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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시카고>

 

막내는 시카고에서 나고 자랐는데도 ‘베어스’가 아닌 위스콘신 ‘그린 베이’의 열렬한 팬이다. 운전 면허를 딴지 겨우 몇개월 되었을 때 아빠 밴을 빌려 친구들을 싣고 그린베이로 경기를 보러 가겠다고 했을 때 단칼에 잘랐다. 아이는 포기않고 며칠을 애원했다. 일년간 집안 청소하겠다, 혹시 사고나 티켓 받으면 아예 차를 안 쓰겠다, 조심해서 운전하겠다. 끈질긴 아이의 설득에 결국 허락하고 출발부터 집에 돌아오는 그 긴 시간동안을 후회와 걱정으로 마음 졸였다. 나중에 아들에게 왜 그렇게까지(왕복 6시간 ) 하냐고 물었더니 ” 팬이란 그런거예요.” 한다.

오래 전에 ”로얄 테넨바움”을 보고 ‘웨스 앤더슨’감독을 처음 알았다. 독특하고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스토리에 반해 그의 작품들을 찾아 보면서 팬이 되었다.  2014년 작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은 각본, 촬영, 음악, 미술등에서 뛰어났다. 그의 최신작 ” Isle of Dog”을 보기 위해 멀리 떨어진 영화관을 찾았다. 처음 가는 곳이라 남편을 졸라서 운전을 시켰다. 일요일 저녁 40분을 운전하면서 꼭 이렇게 까지 영화를 봐야겠느냐고 툴툴거리는 남편에게 팬이란 그런거 예요 라고 말했다.

가상의 미래인 20년 후의 일본 ‘메가사키’ 시.(나가사키의 풍자적 은유) 고양이를 좋아하는 독재적인 ‘고바야시’시장은 개독감이 만연해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고 시민들을 세뇌시켜 모든 개들을  ‘쓰레기 섬’에 버리라는 법령을 발표한다.

그리고 자신의 집안에서 기르던 개 ‘스파츠’를 본보기로 갖다 버린다.

스파츠는 고바야시의 12살 조카 ‘아타리’의 애견이자 보디가드.

아타리는 스파츠를 찾기 위해 경비행기를 훔쳐 쓰레기섬에 불시착한다. 쓰레기 섬에서의 개들은 굶주림과 절망감으로 피폐한 생활을 한다. 그중에서도 리더격인 다섯 개들이 아타리를 도와 스파츠를 찾아 나선다. 지성적인 ‘렉스’, 개먹이 광고 모델이었던 ‘킹’, 야구팀 심볼이었던 ‘보스’, 가십에 민감한 ‘듀크’ 그리고 싸움꾼 떠돌이 개 ‘치프’. 치프는 처음에는 인간 주인을 섬기는 다른 개들과 맞서지만 결국 아타리를 돕다가 정이든다. 소년과 다섯 개들은 스파츠를 찾아 섬끝으로 떠난다. 그 사이 본토에서는 ‘와타나베’ 교수가 개독감을 치료하는 세럼 개발에 성공한다. 고바야시는 연구 결과를 없애고 와타나베를 독살한다. 재선 선거에서 당선되면 쓰레기섬의 모든 개들을 안락사시킬 계획이다.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온 ‘트레이시’는 학생들과 연합해서고바야시의 음모를 밝힌다. 아타리는 천신만고 끝에 버려진 개들의 리더가 된 스파츠와 재회한다. 스파츠의 잃어버린 형제였던 치프는 개들을 이끄는 형을 위해 새로 아타리의 보디가드가 된다. 아타리와 개들은 힘을 모아 뗏목을 만들어 본토로 돌아온다. 고바야시의 재임 기념식장에서 아타리와 개들, 트레이시와 학생들이 들이닥쳐 모든 것이 밝혀진다.

개들은 다시 자신의 주인들에게 돌아가고 아타리는 메가야마시의 새로운 시장에 추대된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촬영이 놀랍도록 섬세하고 대담하고 정겹다.

 

인간의 베스트프렌드인 개들의 성격과 관점이 통렬하게 웃기다.

일본의 고택, 의상, 그림, 북소리, 스모등도 생생하고 아름답다.

개들이 못 본다는 레드와 그린을 뺀 화면은 단순하고 힘이 있다.

아타리는 순수하고 다섯 개들은 너무 매력적이다. 각본, 음악, 연출 모든 면에서 빼어나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인 은곰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