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엄마찾아 25년 (Lion  2016)

1895

 

  <영화 칼람니스트/시카고>

 

1986년, 인도의 중부 지역 산골 빈민촌. 5살 꼬마 ‘사루’는 홀어머니와 형 ‘구두’, 어린 여동생과 가난하게 살지만 총명하고 매사에 적극적입니다. 어머니가 채석장 돌을 날라서 겨우 먹고 사는데, 사루는 형을 도와 화물차에서 석탄을 훔쳐 시장에 팔고 우유를 얻습니다. 사루는 꼬불꼬불한 마을길을 달리고, 가끔은 언덕 위에서 나비떼가 춤추는 것을 넋놓고 구경하면서 즐겁게 지냅니다.

어느 날 밤, 일자리를 얻으러 나가는 형을 졸라 사루도 따라갑니다. 기차를 한참 타고 이웃 도시에 내렸습니다. 형은 졸려하는 사루를 역 벤치에 눕히고, 곧 돌아올테니 꼼짝말고 기다리라면서 자리를 뜹니다. 한 밤중에 깨어 난 사루는 형을 찾습니다. 눈 앞에 커다란 물탱크가 서있고 역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다 멈춰있는 화물 열차 안으로 들어가 잠이 듭니다. 사루가 잠든 사이 열차가 출발하고, 며칠을 달려서 무려 1600 km 떨어진 ‘캘커타’에 도착합니다. 사루는 집으로 가고 싶지만 벵갈어를 쓰는 캘커타에서, 아무도 그의 힌두어를 못 알아 듣습니다.

역사 통로에 길잃은 아이들이 떼거지로 모여 있습니다. 아이들을 따라 박스 종이 위에서 잠을 자던 사루는, 밤중에 아이들이 힘센 남자들에게 끌려가는 것을 보고 도망칩니다. 길거리를 헤매던 사루는 힌두어를 하는 친절한 여자를 만납니다. 그녀는 사루를 집에 데려가서 음식을 주고 몸도 씻겨 줍니다. 다음 날 잘 차려입은 남자가 와서 사루를 보고 흡족해 합니다. 눈치빠른 사루는 여자가 한눈 파는 사이 도망쳐 나옵니다. 길거리를 전전하며 고생하던 사루는 고아원에 보내집니다.

이듬 해 사루는 호주에 사는 친절한 ‘존’과 ‘수’ 부부에게 입양됩니다. 양부모는 사루를 사랑으로 돌보고 사루도 그들에게 마음을 엽니다. 2년 뒤 다시 인도에서 고아 소년 ‘만토시’가 입양됩니다. 만토시는 학대당한 과거때문에 성격이 불안하고 자해를 해서 부모를 힘들게 합니다.

20년이 지나고 성년이 된 사루는 양부모의 자랑입니다. ‘멜버른’의 대학에서 호텔학을 전공합니다. 인도 출신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자신이 어렸을 적 입양된 사실과 기차를 타고 고향에서 캘커타까지 오게 된 경위를 얘기합니다. 친엄마와 형, 여동생을 잊지 못하는 사루에게 한 동료가 ‘구글 어스’를 사용하면 위성을 통해서 인도의 작은 마을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권합니다.

어렸을 적 기억이 생생한 사루는, 기차의 속도와 며칠간 달렸을 지를 예측해서 거리를 측정한 다음 캘커타를 중심으로 수백개의 마을을 훓기 시작합니다. 고향을 찾는 동안 양부모에게 비밀로 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 친구 ‘루시’와도 사이가 멀어집니다.

시간이 흐르고 사루는 건강이 안 좋은 양엄마를 방문합니다. 사루는 양엄마가 아기를 가질 수 있었음에도, 버려진 아이들을 입양해서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주려고 일부러 자신과 만토시를 입양해서 사랑으로 키운 것을 알게 됩니다.

 

수많은 실패와 절망 끝에 사루는 어렸을 적 기억과 일치하는 마을을 찾아내고, 25년 만에 인도의 고향을 찾아갑니다. 마을은 별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 기억을 따라 옛집 자리에 와보니 아무도 없습니다. 영어를 하는 마을 주민에게 자신의 입양 사진을 보여주고 자기 이름, 형 이름을 말합니다. 그는 사루를 데리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한 무리의 여인네들에게 데려갑니다. 머리가 세고 늙은 여인이 자신을 보고 울면서 달려옵니다. 사루는 한눈에 엄마를 알아봅니다. 여동생도 어느 새 처녀가 되었습니다. 사루를 그토록 아껴주던 형 구두는 25년전 그날 밤 기차에 치어 죽었습니다. 엄마는 사루가 반드시 고향을 찾아 올 거라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마을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사루는 친가족을 찾은 후 호주의 양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실존 인물 ‘사루 브리얼리’의 회고록 “A Long Way Home”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단지 5살적 기억만으로 그 넓은 인도 땅에서 자신의 고향 마을을 찾은 기적같은 이야기입니다. 영화 전반 50분은 어린 사루가 별 대사도 없이 도시에서 생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강렬합니다. 지금도 인도에서는 매년 8만명의 아이들이 실종되고, 천백만명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지냅니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남녀조연상, 각색상, 촬영상, 음악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던 수작입니다. 영화를 보고도 오래 여운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