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연을 쫓는 아이 (The Kite Runner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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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칼럼니스트/시카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영화가 가진 매력 중의 하나입니다. 등장 인물들을 따라 가면서 그들이 겪는 삶의 기쁨과 슬픔에 동참하고, 그들의 죄와 비겁함에 분노하다가 허물투성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민으로 마음의 영역이 넓어집니다.

1978년,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평화롭고 활기찬 마을입니다. 12살  동갑내기 ‘아미르’와 하산’은 동네 아이들과 함께 연을 날립니다.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는 부유하고 지적인  현실주의자입니다. 마을 유지로서 모슬렘 지도자들의 위선을 혐오합니다. ‘바바’는 외아들 ‘아미르’가 심약하고 소극적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집안의 하인 ‘알리’의 아들 ‘하산’은 남자답고 용감하고 총명합니다. ‘알리’는 ‘바바’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합니다. ‘바바’는 ‘하산’을 ‘아미르’와 똑같이 사랑하고 아낍니다.

‘하산’의 ‘ 아미르’에 대한 우정은 순수하고도 절대적입니다. 마을의 불량배 ‘아시프’는  연 날리는데 뛰어난 솜씨를 가진 ‘하산’이 ‘아미르’와 가까운 것을 질투하고 못살게 굴지만 ‘하산’은 친구를 위해 언제나 용감하게 맞섭니다.

마을의 큰 축제인 연날리기 대회가 열립니다. 수백명의 아이들이 두명씩 팀을 짜서 참가하고 ‘아미르’는 ‘하산’의 도움으로 우승을 합니다. 칭찬에 인색한 아버지까지 열광하고 ‘아미르’는 모처럼 자존심을 회복합니다. ‘아미르’의 우승을 누구보다 기뻐하는

‘하산’은 끈이 떨어진 ‘아미르’의 연을 찾으러 마을의 외딴곳에 갔다가 ‘아시프’ 패거리들에게 둘러싸입니다. 친구의 연을 뻿기지 않으려던 ‘하산’은 홀로 저항하다가 무참하게 성폭행을 당합니다.

‘하산’을 찾던 ‘아미르’는 폭행 현장을 목격하지만 겁이나서 몰래 도망칩니다. 피흘리며 돌아온 ‘하산’은 ‘아미르’에게 연을 돌려주고 며칠을 앓습니다. 자신의 비겁함에 괴로워하던 ‘아미르’는 변함없는 ‘하산’의 우정과 의리에 오히려 화를 냅니다. 생일날 받은 시계를 ‘하산’의 방에 숨기고 도둑 누명을 씌우지만 ‘하산’은 변명없이 죄를 뒤집어 씁니다.  ‘바바’는 ‘하산’을 용서하는데 ‘알리’가 억울한 아들을 데리고 집을 떠납니다.

러시아가 침공을 하자 ‘바바’는 ‘아미르’와 파키스탄을 거쳐 미국으로 피신합니다. 세월이 흐르고  ‘아미르’는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가 됩니다. ‘아미르’는 결혼을 하고 아버지 ‘바바’가 세상을 뜹니다.

작가로서 성공한 ‘아미르’에게 한통의 전화가 옵니다. 고향에서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였던 아저씨입니다. 병으로 죽어가는 아저씨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을 때라고 말합니다. ‘아미르’는 아저씨를 만나러 파키스탄에 가고 거기서 어릴 적 친구였던 ‘하산’의 편지를 받습니다.

‘하산’은 아버지가 하인 ‘알리’의 아내와 낳은 자식입니다. 둘은 피를 나눈 친형제였습니다. ‘하산’은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탈리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공포정치를 하면서 ‘아미르’의 옛집을 지키던 ‘하산’부부를 총살했습니다. ‘하산’의 아들은’카불’의 고아원에 보내졌습니다. ‘하산’은 자기가 죽을 것을 예측하고 혼자 남을 아들을, 친구이자 형인 ‘아미르’에게 부탁합니다.  ‘하산’의 편지와  어른이 된 ‘하산’이 아들과 찍은 사진을 보고 ‘아미르’는 곧장 ‘카불’로 떠납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고향에서 ‘아미르’는 조카를 찾아 고아원을 뒤집니다. 아이가 탈리반 리더에게 성노리개로 잡혀가 있다는 정보를 듣습니다. 목숨을 걸고 기지로 잡입해서 아이를 구해서 탈출합니다.

미국의 집으로 돌아 온 ‘아미르’는 아이를 데리고 벌판에 나가 연을 날립니다. 겁먹고 침울해하던 아이가 활짝 웃으며 신나게 연을 쫒습니다. ‘아미르’는 어린 ‘하산’의 모습을 봅니다. 아프가니스탄 내전의 참상과 종족간의 갈등을 배경으로 두 소년의 우정과 인생 여정이 드라마틱하고 생동감있게 펼쳐집니다.

“너를 위해서라면 천번이라도 (떨어진)연을 찾아올 수 있어.”

‘하산’이 우승한 ‘아미르’의 연을 찾으러 달려가면서 한 말입니다. 그처럼 절대적인 ‘하산’의 우정을 배신한 죄로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린  ‘아미르’는 속죄할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의 모든 것을 겁니다.

아이들이 뛰놀던 마을의 정경이 서정적이고, 형형색색의 연들이 하늘에서 날고 부딪히는 연싸움 대회는 장관입니다. 연기경험 전무인 ‘아미르’와 ‘하산’역의 두 소년은, 어린 나이에 느끼는 고뇌, 체념, 아픔등을 자연스럽게 표현합니다. 영화 전반을 흐르는  부드럽고 신나면서 슬픈 음악도 빼어납니다.

갈갈이 분열되고 찢긴 세상에서 아이들이 당하는 비극이 참담할 뿐니다. 긴장과 반전으로 재미있고, 감동과 눈물이 있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